[마감 후] 토허제 해제, 왜 하필 지금

입력 2025-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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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난리 통'으로 만들고 있다.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하면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들썩였고 투기성 수요도 확대됐다. 한 달 여 만에 이들 지역을 포함해 더 넓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일대 아파트 219곳의 토허제를 풀었다. 거주이전의 자유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많았다는 게 해제 이유였다. 작년 8월부터 토허제 지정 효과를 연구한 결과 단기적으로 가격 안정 효과가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가 줄어든다는 것도 배경으로 설명했다.

토허제 해제 한 달 전 열린 서울시의 '규제 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에서도 이런 이유로 강남의 토허제를 풀어달라는 시민의 요청이 있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견해로 토허제 해제 목소리가 높았다.

부동산 거래의 당사자인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전문가들도 필요성을 강조한 규제를 푼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촉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울시가 토허제를 해제한 이후 강남권의 집값은 급격히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강남 3구의 아파트값은 2018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잠실엘스와 리센츠,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주요 단지에서 신고가 행진도 이어졌다.

서울시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토허제 해제 후 잠삼대청 아파트의 역대급 상승이 확인됐다. 서울시는 토허제 해제 뒤 한 달간 3.7% 뛰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잠삼대청 토허제 해제 직후부터 강남 3구에는 투기성 수요로 분류되는 '갭투자'(전세 낀 주택매입) 의심 주택구매 건수 빠르게 증가했다.

강남권 토허제 해제 이후 아파트값이 급등한다는 우려가 이어지자 서울시는 진화에 나섰다. 상승률이 미미하고 하락 거래도 다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기려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후폭풍이 확산하면서 토허제 구역을 확대·재지정했다.

시민의 권리 보장과 재산권 보호란 서울시의 선의와 달리 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지목된 상황은 잘못된 타이밍에서 비롯됐다.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 움직임이 나왔을 때부터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시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주택거래 위축이 심했던 작년 말이나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린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미분양이 쌓였던 2023년 또는 애초 지정 기간이 끝나는 6월이나 기준금리 인하가 마무리될 시점 등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견해였다. 한마디로 '지금은 아니다'란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봄 이사 철과 대출금리 인하가 맞물리고 서울의 공급 부족 우려가 고조된 상태에서 토허제 해제가 강남권 집값 급등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토허제 해제와 재지정이 부동산 시장에 오래 지속될 큰 상처를 남겼다는 점이다. 짧은 기간 튀어 오른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높아진 기준점만큼 내 집 마련을 위해 써야 할 돈은 불어났다. 수요자들은 집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불안감이 커진 수요자들은 '패닉 바잉'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 나아가 금융·경제를 병들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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