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시사직설] ‘中자본 침투’ 제도적 대응 시급하다

입력 2025-03-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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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강남대 교수(경제학)ㆍ‘자교모’ 공동대표

사모펀드 통한 국내기업 지배 확산
경영권 방어 위한 장치는 도입안돼
황금주·상속制등 법적 뒷받침 절실

최근 사모펀드(PEF)를 통한 기업 경영권의 탈취가 심각한 문제로 부각 중이다. MBK·영풍 연합과 고려아연 간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 판단까지 가세되며 격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기업 내의 경영권 분쟁으로 넘기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고려아연은 반도체, 이차전지, 원자력발전에 필수 소재인 안티모니, 인듐, 텔레륨, 비스무트 등의 핵심 희소광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광물은 중국이 미국으로의 수출을 통제 중이라, 고려아연은 탈중국 공급망 구축의 중심이 되는 세계적 전략기업이다. 즉, 국가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업체인 것이다.

MBK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모펀드 운영 주체이며 최근 4조3000억 원의 인수금융 차입금을 바탕으로 7조2000억 원에 인수한 홈플러스의 경영부실 사태에서도 보듯이 장기 안정적 경영을 추구한다기보다는 단기 고배당에 주력하였다. 기업의 인수합병을 원활히 한다는 명목으로 주주 의결권을 갖게 된 사모펀드는 MBK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여 장기적 경영안정을 도모하기보다는 단기적으로 고율 배당 또는 곧바로 고가에 되파는 소위 ‘먹튀 전략’을 구사 중이다.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측의 지분 경쟁에서 승리하여 기업경영권을 취득할 경우에도 당연히 차익실현 매각이 예상된다. 더구나 MBK 파트너스의 지분 중 5%는 중국공산당 휘하에 있는 중국투자공사가 취득 중이다. 이때 혹시라도 MBK의 고려아연 지분이 중국 측 기업에 매각된다면 우리나라의 안보경제상 핵심기업인 고려아연은 중국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는 위험을 초래한다. 고려아연을 제외하고도 이미 현대디스플레이테크, 쌍용자동차, 금호타이어 등 우리나라 제조기업들이 이미 중국에 팔려나간 경험이 있다.

2024년 현재 우리나라 PEF의 규모는 650조 원 정도인데 이 중 중국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은 가산세까지 포함하여 60%의 상속세를 부담한 반면, PEF를 통해 자산을 처분할 경우 양도소득세가 20%에 국한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유망 중소기업들은 상속을 포기하는 대신 PEF에 자신의 기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졌던 락앤락, 쓰리세븐 같은 유망 중소기업들이 중국계 사모펀드에 팔려나간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중국공산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의 유망기업을 사모펀드를 통해 지배권을 획득하여 기업의 독자적 관련 기술을 습득한 이후 재매각하는 수법을 통해 자국 기업의 제조업 생산기지로서의 지위를 구축하였다.

중국의 이 같은 기업 지배권 및 관련 기술 탈취 활동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었다. 1847년 설립된 독일의 제조, 통신상의 중추기업이라 할 수 있는 지멘스(Siemens)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멘스는 원자로, 철강설비 등을 포함한 각종 공장자동화설비, 전자·통신 사업에 이르기까지 세계 굴지의 기술력을 갖춘 다국적 기업이다.

1985년부터 중국에 대규모 자본투자를 시작하여 1987년에는 중국의 신설법인 화웨이(Huawei)와 함께 지분 51 대 49의 지멘스 중국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당시 지멘스가 세계를 석권하였던 3G 기반의 통신제조설비를 중국에 이전하는 등 2000년대 이후 지멘스 총매출의 80% 이상을 중국법인이 담당할 정도로 지멘스 중국법인의 비중은 크게 성장했다. 이 기간 이후 중국은 화웨이, 차이나텔레콤 등의 본국 회사를 통해 지멘스의 제조 및 통신장비 기술을 전수받았다.

이후 지멘스는 화웨이의 종용을 통해 중국, 러시아, 이라크, 베네수엘라, 멕시코, 이스라엘 등의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총 14억 달러의 뇌물을 준 혐의가 발각되어 미국 법무부 및 증권관리위원회(SEC)로부터 8억 달러의 벌과금을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 결국 150년 이상의 독일 거대기업 지멘스는 한때 잘 나갔던 중국에 덜미를 잡혀 모든 산업기술을 빼앗긴 채 위상이 현저하게 추락하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종합하면, 중국 정부를 통한 합작자본 설립, 사모 펀드 등을 통한 기업 지배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위협적인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원활한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행동주의 펀드가 중심이 된 PEF의 경영권 획득에 대해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하여 장려하는 형편이다. 반대로 기업의 경영권 사수를 위한 포이즌 필(기존 주주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지분 매수권 부여), 차등의결권주(주식 종류에 따라 의결권수 차등부여), 황금주(지분율과 상관없이 주주총회 안건에 거부권 행사) 등의 안전장치는 거대 야당의 극심한 반대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극심한 고율 상속세로 인해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차질을 빚고 중국 등 외국에 우리나라의 유망기업들이 팔려나갈 위험이 크다. 상속세는 이 기회에 완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또한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소위 연금사회주의로 나갈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거대 야당은 우리의 대표 사기업들이 중국의 지배하에 몰리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면 하루바삐 관련 법령 제정에 협조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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