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검사, 옛날 직업일 뿐...
정치적 선택에 값어치를 매겨달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검사는 옛날 직업일 뿐 중요한 순간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평가해달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시대를 바꾸자, 개헌’이라는 주제로 열린 청년 토크쇼에서 ‘국민들이 다시 검사 대통령을 뽑을 것이라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한 전 대표는 “저는 검사로 일할 때 ‘강강약약’ 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했다”며 “모든 답을 잘 낼 수는 없지만, 나중에 돌아볼 때 틀린 답을 낸 경우라도 그것이 내가 정의나 공정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실력이 부족하거나 무능해서라고 말할 수 있으면 만족한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검사 생활을 했다고는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지만 그건 제 옛날 직업일 뿐”이라며 “정치에 대해 정치인을 판단할 때 말을 믿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 전의 직업도 믿지 말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 정치인이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정치적 선택의 순간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잊지 말고, 그것을 평가하고, 거기에다 값어치를 매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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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저는 (법무부) 장관을 거의 1년 반 했다. 그리고 정치를 1년 넘게 하고 있는데, 제가 몇 번 쫓겨난 거냐”라면서 “이 당이 속한 최고 권력자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간다고 생각하면 제가 손해 보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우리 대통령이 낸 계엄이었고, 선택의 기로에서 저는 계엄을 저지해야 한다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검사 (출신) 정치인 이미지를 이야기하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상명하복 아닌가. 줄 세우기 하는 이런 것을 안 좋다고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저는 적어도 정치하면서 그 반대 지점에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시키는 대로 좋은 게 좋은 것이고, 우리 편만 생각했다면 제가 12월 3일 밤에 계엄을 막으려 앞장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줄 세우기를 하려고 했다면 제가 권한이 있을 때 저를 맹종하는 사람들로만 의원을 채웠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저는 쫓겨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묻는 학생들의 질문에도 “나라와 공동체를 생각하는 책임감”이라고 답하며 “단적으로 우리 진영이 배출한 대통령이 계엄 했을 때 단기적(으로 겪을) 어려움을 알면서도 막는 책임감”이라고 역설했다.
이밖에 한 전 대표는 강연에서 3년 임기 단축 개헌의 필요성, 인공지능(AI)의 중요성, 한미일 공조 강화 등을 강조했다.

다만 이날 강연이 열린 경북대 앞에는 한 전 대표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이 양쪽에서 마주 보고 서서 고성을 주고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 전 대표에 반대하는 시위대 측에서는 ‘STOP THE STEAL’, ‘NO CHINA’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배신자”라고 외쳤다.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찬성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한 전 대표는 강연 말미 “대구에서 저를 맞아주는 게 어렵다는 걸 안다”며 “여러 가지 정치적 결단을 했고 그걸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정치가 참 어렵다”고 했다.
그는 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러한 상황이 펼쳐진 데 대해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며 “저에 대해 비판할 점을 비판해주면 잘 경청하겠다”고 했다. 대구·경북(TK) 지지율이 당 대표에 당선될 때와 달리 떨어진 상황에 대해서도 “정치가 참 어렵다. 저는 계엄의 밤에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했다”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제가 여러 가지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잘 반성하고 경청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