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 ‘대면 인계’ 원칙에...강사들 “수업 집중 어려워” 부담 호소

입력 2025-03-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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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대면 인계 동행 귀가’ 원칙
늘봄 강사들 “업무 과중에 부담 늘어”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원 차량이 서 있고, 학원 관계자가 학생을 맞으러 뛰어가고 있다. (정유정 기자)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원 차량이 서 있고, 학원 관계자가 학생을 맞으러 뛰어가고 있다. (정유정 기자)

#. 18일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각 서울 노원구의 A초등학교 인근에는 태권도 학원부터 영어·수학 학원 차량이 줄지어 늘어섰다. 차량에서 내린 노란 조끼를 입은 학원 관계자들은 학교 경비실 앞에 모여 있던 학부모 무리에 합류했다. 모두 돌봄 교실이 끝나고 나올 학생들을 데려가기 위해서다. 이날 A초교에서는 한 학생이 뒤따라오는 강사에게 “엄마다! 저 갈게요”라며 교문을 향해 뛰어나왔다. 따라나오던 강사는 뒤쳐져서 느릿느릿 걸어오는 학생들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또 다른 강사는 교문 앞에서 학원 차를 향해 뛰어가는 학생을 바라보며 출석부 파일에 무언가를 기입하고, 학생이 차량에 탑승하는 것까지 보고서야 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새학기부터 늘봄학교에 참여한 후 학생들이 하교할 때 '대면 인계 동행 귀가' 원칙이 적용됐다.

이는 지난달 '대전 초등생 피살 사건' 이후 학생 안전 강화를 위해 적용된 조치다. 늘봄학교에 참여한 초등학생이 귀가할 때는 귀가 지원 인력이 교문 등 인계 지점까지 데리고 나오고 보호자 혹은 대리인을 확인한 뒤 학생을 인계해야 한다.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늘봄 교실이 끝난 학생들이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하교 중이다. (정유정 기자)
▲1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늘봄 교실이 끝난 학생들이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하교 중이다. (정유정 기자)

문제는 늘봄학교 강사들이 이 같은 '대면 인계' 조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지역 늘봄 프로그램 강사 김모(39) 씨는 "처음 계약할 당시만 해도 학생들 대면 인계까지 챙겨야 할 줄 몰랐다. 명백한 업무 과중"이라며 "일일이 학부모들에게 늦지 않게 학교 앞으로 와달라고 연락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강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이용자는 "수업이 끝날 때마다 아이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몇 시에 교실에서 나갔는지, 누구한테 데려다주는지 전화번호까지 다 기록해야해 서류 업무가 많아졌다"며 "수업다운 수업을 해보질 못한 것 같다. 아이들 귀가를 안전하게 잘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이라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귀가 지원 인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방침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민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직국장은 "(공무직인) 늘봄실무사가 본래 맡아야 하는 행정 업무 자체도 벅찬 상황인데, 대면 하교 지도 업무까지 실무사에게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위에서는 대면 귀가 조치를 시키라고 했는데, 이 업무를 누가 할지는 명시하지 않다보니 늘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사에게 업무가 내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학생들의 귀가 시간은 다 제각각인데, 누가 아이를 데려가는지도 일일이 확인하고 진행하려면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없어진 아이들을 찾으러 다니고, 아이들이 다음 프로그램에 잘 들어갔는지까지 확인하려다보니 추가 근무도 많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귀가 지도를 위한 인력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늘봄지원실장과 늘봄실무인력 등 기존 인력들의 업무를 조정하고, 귀가 지원을 위한 인력 7200여 명을 추가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늘봄학교는 기존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통합한 프로그램으로, 정규 수업 이후에도 무료로 2시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난해 2학기 초등 1학년을 대상으로 도입한 후 올해는 2학년까지 확대됐다.

새 학기 기준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초등 1학년과 2학년은 각각 25만4000명(참여율 79.8%)과 25만9000명(74.5%)으로 총 51만3000명(77.0%)이 늘봄을 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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