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나 공연과 달리 책의 판매 정보는 손쉽게 알 수 없다. 예스24와 교보문고에서 매주 목요일 출판 담당 기자들에게 베스트셀러 자료를 보내지만, 거기에는 책의 정확한 판매 부수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알 수 있는 정보는 △베스트셀러 순위 △나이와 성별에 따른 판매 비율 △해당 책의 전주·전월·전년 대비 판매 증감률 정도다.
2021년 출판계의 불투명한 인세 정산 문제가 대두한 이후 문체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영화와 공연처럼 출판유통통합전산망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도 책의 정확한 판매 부수를 알 수는 없다. 출판사들이 동의하지 않아서다. 판매 통계 탭에 들어가면 개별 책이 아닌, 장르별로 어느 정도 판매가 됐는지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뭉뚱그려진, 구체성이 없는 정보다.
게다가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출판진흥원의 전산망 운영에 불참하고 단독으로 도서판매정보공유시스템을 만들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또 문체부에 등록된 전체 출판사는 8만 개가 넘지만, 출판진흥원과 출협에 도서 정보를 제공하는 출판사는 모두 합쳐 5000개도 되지 않는다. 정보의 구체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표본이 작아 대표성도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등은 거의 매일 한 작가의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보도자료를 냈다. 서점과 출판사가 기꺼운 마음으로 정보를 제공했다기보다는 기자들의 빗발치는 문의와 국내 여론은 물론 세계적 관심에 떠밀려 공개한 이유가 클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자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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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업계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인세 정산 정보가 불투명하면 작가의 권리가 침해되고 업계 전반의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신뢰가 무너지면 공정한 경쟁의 발판도 사라지고, 양질의 책도 나올 수 없다. 작가가 자신이 쓴 책의 판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없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구체적인 책 판매 통계를 알 수 있으면 산업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기획자료와 기사도 생산할 수 있다. 한국 출판시장의 경향성은 물론 우수성과 취약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2의 한강’이 나오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가 서점과 출판사의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