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갈이'에 인척회사 수의계약까지…국고보조금 부정수급 493억원

입력 2025-03-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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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보조금 부정수급 630건…역대 최대
거래계약 과정상 부정·가족간 거래 87.4%

▲정부가 적발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관련 '라벨 갈이' 사례 자료 사진 (기획재정부)
▲정부가 적발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관련 '라벨 갈이' 사례 자료 사진 (기획재정부)

지난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액 규모가 5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1년 전보다 1.3배 증가한 630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존 보유 장비에 '라벨 갈이'로 허위 구매 계약서를 꾸미거나, 인척이 최대주주인 회사와 수년 간 수의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대 보조금을 편취한 사례도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19일 김윤상 2차관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합동 집행점검 추진단 회의에서 지난해 국고보조금통합관리망(e나라도움) 부정징후탐지시스템(SFDS)을 활용해 추출·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SFDS는 보조사업자(수급자)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가족 간 거래, 출국·사망자 수급, 세금계산서 취소 등 패턴을 만든 후 해당하는 집행(지급) 건을 탐지해 위험도 높은 사업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집행된 보조사업 중 부정이 의심되는 보조사업 8079건을 추출·점검한 결과 총 630건·493억 원 규모의 보조금 부정수급을 적발했다. 이번 적발 실적은 건수 기준으로 전년(493건)대비 1.3배 증가한 역대 최대치다. 기재부 주도로 사업부처와 재정정보원, 회계법인이 협업하는 '합동현장점검' 실적은 249건·453억 원으로 전년(169건·324억 원) 실적을 크게 웃돈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이미 보유한 장비에 타사 라벨을 덧붙여 새로 구매한 것으로 허위 계약서를 꾸미고 업무추진비로 이해관계가 있는 사업자와 회식하는 등 국고보조금 2억4000만 원을 편취한 보조사업자가 적발됐다. 아들이나 친오빠 등 가족 회사에 용역이나 물품 구매를 몰아준 사례도 있다. 이러한 거래계약 과정의 부정과 가족 간 거래가 전체 적발금액 87.4%(430억8000만 원)를 차지했다.

임영진 기재부 국고보조금부정수급관리단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보조금 집행 계약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2024년 10월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을 개정해 보조사업자가 용역 계약 등을 체결할 때 국가계약법령을 준용해 원칙적으로 일반경쟁에 부치도록 제도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한 보조사업자는 최근 5년간 친인척이 대주주로 있는 A업체에 매년 8억 원 규모의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주다 적발됐다. 이 보조사업자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6개 용역업체를 모집했고, 이 중 내부평가를 거쳐 A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내부평가 기준이나 평가결과는 제시하지 못했고, 계약체결 이후 2개월이 지난 시점에 조달청 나라장터에 긴급입찰공고를 해 단속을 피하려고 한 정황이 확인됐다. 해당 입찰에는 A회사만 응찰해 유찰됐다. 이러한 방법으로 A업체는 5년간 국고보조금 39억1000만 원을 편취했다.

보조사업 목적에 맞지 않거나 보조금을 사용할 수 없는 업종에서 보조금 카드를 결제하는 등 집행 오·남용 사례도 231건·23억5000만 원 적발됐다. 산업용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보조금임에도 보조사업과 관련 없는 '최근 부동산 동향' 관련 외부 전문가 자문비를 집행하고 자체 여비 규정을 급조해 외국 국적 보조사업자 대표에게 1급 공무원의 2배에 해당하는 해외출장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연구비관리시스템 집행데이터를 e나라도움 집행데이터와 대조·분석해 인건비를 이중으로 지원받거나 세금계산서를 중복 사용한 사례 등 76건·18억4000만 원도 적발됐다. 연구개발(R&D)사업은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2021~2023년까지 3년간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비 집행 데이터를 이관받아 분석했다.

적발된 사업은 해당 부처에서 부정수급심의위원회,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추가 확인 과정이 이뤄진다. 부정수급으로 확정되면 보조금 환수, 제재부가금 징수, 사업 수행 배제, 명단공표 등의 제재를 받는다.

기재부는 올해 국고보조금 부정징후 추출 건수를 1만 건 이상으로 확대하고 합동현장점검 건수도 500건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부정수급 적발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보조금 부정수급 '거름망' 역할을 하는 SFDS 패턴은 69개다. 정부는 향후 새로운 패턴 2개를 추가해 추출 건수를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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