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칼 꽂는 듯한 상황”
MLCC·파워인덕터·카메라모듈 수요↑
‘이구환신’, 삼성전기에 긍정 요인으로

“중국이 과거 제조, 생산에 집중했지만 최근 혁신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어 삼성전기에도 여러 기회 요인이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시장 성장률을 초과하는 성장을 추진하겠습니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기는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장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즉생’ 발언을 언급하며 “독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삼성전기 주주총회에서는 보고 사항과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의 승인 등 부의 사항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사외이사는 이윤정 이사, 사내이사는 장 사장, 김성진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재선임했다.
장 사장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주주들에게 회사의 경영 상황과 중점 추진 방향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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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사장은 “2024년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경기 불안정 등으로 인해 저성장이 경제의 뉴노멀(New Normal)이 된 어려운 경영환경이었다”며 “삼성전기는 고부가 제품 중심 사업구조 개편, 인공지능(AI)·서버, 전장 등 사업 확대, 내부효율 개선 통한 사업 체질 강화 등을 통해 창사 이래 매출 10조 원를 처음으로 돌파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삼성전기는 품질 강화와 생산성 향상, 원가구조 개선 등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고 AI·서버·전장용 등 고성장·고수익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방침이다.
장 사장은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회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치열한 경쟁에서 독하게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을 시의적절하게 한 것”이라며 “저 역시도 누군가가 뒤에서 칼을 꽂는 듯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독하지 않으면 죽고,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말했다.
업계의 AI 칩 대량 양산 움직임에 따른 삼성전기의 추가 기판 공장 증설 계획과 관련해 장 사장은 “이미 플립칩볼그레드어레이(FC-BGA)는 부산과 베트남에 투자해둔 것이 있으며, 올해는 이곳에서 양산을 시작하고 추가 고객 확보를 위해 샘플링을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장 사장은 올해 사업 키워드를 AI와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로 꼽았다. 특히 ADAS에 대해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기 자동차 분야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올해의 전기 자동차 분야 성장 엔진은 ‘자율주행차’이며 여기에 반도체뿐 아니라 삼성전기가 만드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파워 인덕터, 카메라 모듈 등이 많이 들어간다”고 부연했다.

삼성전기는 ‘소형 전고체 전지’를 신사업으로 점찍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직 관련 기술이 초기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장 사장은 “세상에 없는 신기술이고 아직 본격적으로 양산한 곳이 없어서 리스크는 있다”면서도 “한 고객과 샘플링, 평가 단계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 라인을 구축하고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정책에 따라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장 사장은 “삼성전기 부품 사업에도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모바일과 PC 등 제품 수요가 살아나고, 이에 따라 부품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