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 지난달 13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시행 후 34일 만에 규제 부활을 예고했다. 기존 해제 구역인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를 넘어 서초구와 용산구까지 포함해 핵심지로 분류되는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규제 여부와 무관하게 집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정부와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4개 자치구 내 아파트 2200개 단지로 규모는 약 40만 가구에 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재지정 이유에 대해 “강남 3구 내 거래량이 급증하고 갭투자를 비롯한 투기성 거래로 의심되는 거래가 크게 늘었다”며 “올해 한, 두 번 더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므로 조기에 (집값 상승세를) 진화하지 않으면 추후 이상 거래가 퍼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줄인 것에 대해선 “시장 반응을 보고 추후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뀔 것”이라고 부연했다.
관련 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 가격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집값 급등세에 대한) 선제조치를 한 것이고 필요하면 다른 지역도 추가로 지정하겠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부동산만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강남 3구 주택 시장 내 외지인 진입비율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1월까지 하락했지만, 2월 반등했다. 지난해 7월 강남 3구 매수인 중 외지인 비율은 24.7%에서 올해 1월 55.3%, 2월 62.4%로 급등했다. 갭투자자 비중은 강남 3구에서 올해 1월 35.2% 수준이었지만, 2월에는 43.6%로 늘었다. 앞서 강남과 송파구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와 서울 내 상급지 집값 상승으로 투기 수요와 함께 추격매수까지 늘자 정부와 서울시가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오 시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했고 규제 철폐 차원에서 장기간 유지한 토지거래허가제를 풀면서 집값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 정말 뼈아프게 생각한다”며 “(집값 급등세를)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시중 대출 관리 강화에 나선다. 금융권의 자율 관리 강화를 추진하고 수도권 가계대출은 지역별로 모니터링에 나선다. 이날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서울은 자치구별로 가계대출을 집중 관찰하고 있으며 현재는 안정적이지만 방심할 수 없다”며 “갭투자자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제한 조치 등은 곧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확대 목표와 달리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결정에 실효성 부족을 우려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선 확실히 거래량은 줄어들겠지만, 신고가 행진까지 막긴 어렵다”며 “오히려 풍선효과로 강남 3구 등을 사들이지 못하면 그 주변 지역으로 매수세가 확산할 것 같고, 앞으로 기준금리마저 추가 인하되면 집값은 더 오를 것이다. 규제의 가격 통제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시가 2월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뒤 집값이 급등했고 이를 인정해 재지정하는 모양새로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바람직한 정책 방향성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앞으로 기준금리가 지속해서 하락하면 이런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를 제어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집값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또 “앞으로 가장 큰 변수는 기준금리다. 지난해에 7~8월 당시에도 규제가 남아있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늘었다”며 “거시경제 변수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규제와 무관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