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초기 대응에 늦은 점을 공식으로 사과했다. 삼성전자는 HBM3E(5세대), HBM4(6세대), 커스텀 HBM 등 차세대 시장에서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적기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전 부회장은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HBM 등 AI 반도체 시장에 대해 초기 대응이 조금 늦었다"며 "그것 때문에 주력인 메모리 수익성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15조1000억 원으로,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23조4673억 원)보다 크게 뒤졌다.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D램 시장 점유율은 41.5%로, 전년도 42.2% 대비 0.7%포인트(p) 하락했다.
무엇보다 AI 시장 큰손인 미국 엔비디아에 공급이 지연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에 대한 퀄테스트(품질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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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회장은 "내부에서 재품 완성도도 강화하고, 작년 말 조직 개편을 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예상으로는 2분기 늦으면 하반기부터 HBM3E 12단으로 빠르게 전화시켜 고객 수요에 맞춰 램프업(생산량 확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HBM3E는 현재 시장이고 다음 시장인 HBM4, 커스텀 HBM 등 이런 신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질없이 계획대로 개발하고 양산할 것"이라며 "기술 리더십 부족에 따른 주가 부진 문제를 보이지 않기 위해 내부 역량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도 삼성전자에는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중국 로컬 제조사들이 D램, 낸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직은 기술력이 부족해 DDR4 등 로우엔드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고, 경쟁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부가 제품인 HBM, DDR5, LPDDR5, 고성능 서버향 SSD 등 하이엔드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겠다"며 "동시에 중국 업체들이 역점을 두고 있는 로우엔드 역시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운드리 사업 역시 적자 행진이 지속하고 있는 만큼 시장 1위 TSMC와의 시장 격차 해소 방안 등 주주들의 송곳 질문이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1%로, 전 분기 대비 1%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64.7%에서 67.1%로 늘리면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넓혔다.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은 "내부적으로 기술 개발 현황 등을 파악했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고객사들과 이야기하면서 고객들이 바라보는 저희 위치를 파악하고, 전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다"며 "파운드리는 수주사업이다. 65나노부터 2나노까지 다양한 공정에서 고객사를 어떻게 확보하느냐, 어떻게 스페셜티 공정으로 진화하느냐 등의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GAA 3나노 및 2나노 공정 등 선단 노드 수율을 빨리 높여 수익성을 최단기간 확보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라며 "아직 할 일이 많다. 메모리, 로직, 패키지에서 잘 보여드리지 못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특별법,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등 현재 정치권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제도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 부회장은 "현재 반도체 산업은 국내 업체 경쟁이 아니라 국가 간 패권 경쟁"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경쟁력과 생존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핵심 개발자들이 연장 근무를 더 하고 싶고, 더 연구에 집중하고 싶어도 현재 규제로 개발 일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게 현재 실정"이라며 "우선적으로 긴급한 개발이나 중요 개발 업무에 관해서는 특별연장근로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직원의 건강권과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개발 경쟁력이 근무 시간에 의해 제약받지 않도록 정부 및 국회와 논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