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법인세 공제 방식으로 ‘간접 지원’
“직접환급제 등으로 국내 재투자 선순환 마련”
한국이 배터리 주도권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선 개별 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미 배터리를 비롯한 첨단 산업은 국가 간 경쟁으로 확전된 지 오래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 CATL은 중국 정부로부터 8억1000만 달러를 비롯한 연구개발 특별자금,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받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세액공제액을 전부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는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액에 법인세를 제하고 남은 공제액을 현금으로 돌려준다. 캐나다는 청정기술 관련 투자액의 최대 30%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첨단 산업은 국가 간 보조금 전쟁 양상을 띠고 있지만, 한국은 직접적인 현금 지원 대신 간접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다.
배터리 산업의 경우 투자세액공제를 적용받지만, 법인세 공제 방식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이익을 내지 못해 납부할 세금이 없거나 세액공제액보다 세금이 적으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10년까지 이월공제도 가능하지만 비용 부담에 따라 투자 적기를 놓칠 가능성도 크다.
업계에선 ‘한국판 IRA’로 불리는 직접환급제(Direct Pay)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투자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직접환급제는 미국 IRA 시행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좀처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입장에선 직접환급제를 도입했을 시 세수 부족 우려가 커서 제도 도입 논의에 소극적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김문건 기재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정부 예산에서 선별적 지원을 할 경우 특정 산업에 대한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으며, 세액공제 양도 시장도 아직 형성되지 않아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하는 만큼 직접환급제를 비롯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실적 부진이 지속되며 대규모 투자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들이 국내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위해선 직접환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