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삼성전자 “HBM 과오 되풀이 하지 않을 것…반도체 M&A 가시적 성과 기대”

입력 2025-03-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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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제공=삼성전자)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제공=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초기 대응 늦었다. 기술 리더십 부족에 따른 주가 부진 문제를 보이지 않기 위해 내부 역량을 지속 강화하겠다.(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

삼성전자가 초기 HBM 시장 대응 지연에 관해 주주들 앞에서 공식으로 사과했다. 삼성전자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또 반도체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인수·합병(M&A) 및 적극적인 투자를 하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 역시 최근 그룹 및 전 계열사 임원들에게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강도의 메시지를 주문한 만큼 올해 삼성전자는 사업 분위기 쇄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9일 오전 10시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 등 현장 참석자는 900여 명으로, 작년 행사(약 600여 명)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분위기가 과열됐다.

주주들은 총회 시작부터 최근 주가 하락세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주주총회 당시 7만 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5만 원대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사업 부진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향후 사업 전략과 대책에 관한 송곳 질문들이 이어졌다.

한 주주는 “작년에 엔비디아에 HBM3E(5세대)를 곧 납품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경쟁사 주식을 매도하고 삼성전자에 들어왔다”며 “퀄테스트(품질검사)를 통과할 것이라는 이야기만 나오고 지금까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HBM3E 제품에 대한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은 “HBM 등 AI 반도체 시장에 대해 초기 대응이 조금 늦었다”며 “그것 때문에 주력인 메모리 수익성이 늦어졌다”고 답했다.

이어 “내부에서 제품 완성도도 강화하고, 작년 말 조직 개편을 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예상으로는 2분기 늦으면 하반기부터 HBM3E 12단으로 빠르게 전환시켜 고객 수요에 맞춰 램프업(생산량 확대)하려 한다.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고 강조했다.

이어 "HBM3E는 현재 시장이고 다음 시장인 HBM4(6세대), 커스텀 HBM 등 이런 신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질없이 계획대로 개발하고 양산할 것"이라며 "기술 리더십 부족에 따른 주가 부진 문제를 보이지 않기 위해 내부 역량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15조1000억 원으로,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23조4673억 원)보다 크게 뒤졌다.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D램 시장 점유율은 41.5%로, 전년도 42.2% 대비 0.7%포인트(p) 하락했다.

중국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도 삼성전자에는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중국 로컬 제조사들이 D램, 낸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직은 기술력이 부족해 DDR4 등 로우엔드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고부가 제품인 HBM, DDR5, LPDDR5, 고성능 서버향 SSD 등 하이엔드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겠다"며 "동시에 중국 업체들이 역점을 두고 있는 로우엔드 역시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파운드리 사업 역시 적자 행진이 지속하고 있는 만큼 시장 1위 TSMC와의 시장 격차 해소 방안 등 주주들의 송곳 질문이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1%로, 전 분기 대비 1%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64.7%에서 67.1%로 늘리면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넓혔다.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은 "내부적으로 기술 개발 현황 등을 파악했다. 상당히 많은 시간을 고객사들과 이야기하면서 고객들이 바라보는 저희 위치를 파악하고, 전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다"며 "파운드리는 수주사업이다. 65나노부터 2나노까지 다양한 공정에서 고객사를 어떻게 확보하느냐, 어떻게 스페셜티 공정으로 진화하느냐 등의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GAA 3나노 및 2나노 공정 등 선단 노드 수율을 빨리 높여 수익성을 최단기간 확보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라며 "아직 할 일이 많다. 메모리, 로직, 패키지에서 잘 보여드리지 못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은 대형 M&A 현황에 관해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기대에 못 미친 성과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도 "올해는 보다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반도체 분야는 주요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승인 이슈도 있어 M&A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반드시 성과를 이루겠다. 이를 위해 관련 조직을 갖추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집중하겠다"며 "로봇, 메드텍, 차세대 반도체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들이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주체험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 AI Home, 볼리(Ballie), 차세대 디스플레이, 갤럭시 AI, 의료기기, 하만 전장과 오디오 등을 전시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들이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주체험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 AI Home, 볼리(Ballie), 차세대 디스플레이, 갤럭시 AI, 의료기기, 하만 전장과 오디오 등을 전시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전 부회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이혁재 서울대 전기전자정보공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반도체 전문가로 불리는 이 교수는 서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전 부회장과 송 사장, 이 교수까지 반도체 전문가 3명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만큼, 위기를 맞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재기를 노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의 안건도 원안대로 모두 통과됐다.

행사장에는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AI와 차세대 기술과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여러 전시 부스도 꾸려졌다.

주주총회장에는 △스마트싱스와 최신 AI 제품 기반의 AI 홈 △갤럭시 S25 시리즈 △투명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하만 전장 솔루션과 오디오 기기 △삼성메디슨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AI 홈 컴패니언 로봇 볼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개 등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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