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출시 계획 발표에도 시장 반응 '시큰둥'
딥시크 등장 이후 엔비디아 고성능칩 수요 의구심 커져
엔비디아 등 M7 주가, 2년여 만에 최악 성적 향해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매년 새 제품을 내놓는 것이 우리의 로드맵”이라면서 고성능 AI 칩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양자컴퓨터 등 신제품에 대한 출시 계획을 설명했다.
우선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출시하고 있는 블랙웰보다 AI 데이터 처리 속도를 1.5배 높인 ‘블랙웰 울트라’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블랙웰보다 성능을 3.3배 높인 차세대 AI 반도체 ‘루빈’을, 2027년에는 블랙웰 처리 성능의 14배에 달하는 ‘루빈 울트라’를 연달아 내놓는다. 이후 2028년엔 ‘파인먼’이라는 새로운 AI 칩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2년 전부터 엔비디아가 ‘AI 붐’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면서 황 CEO의 GTC의 기조연설은 뉴욕증시 상승세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날 2시간 가까이 이어진 기조연설은 이전과 달리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젠슨 황이 주식시장에서의 ‘미다스의 손’ 같은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엔비디아가 로봇 분야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파트너십을 언급했지만, GM의 주가는 오히려 0.67%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하드웨어서부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소개했지만, 투자자들이 ‘놀라워할 만한’ 발표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면서 “빅테크의 AI 지출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언제까지 주가 상승을 정당화할 수 있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의심이 커지게 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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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황 CEO는 AI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다이나모’(Dynamo)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GPU라는 하드웨어와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AI 반도체 분야에서의 존재감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회사 측은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딥시크 ‘R1’을 구동할 경우 GPU 1개당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이 30배 이상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의 벤 바자린 CEO는 “AI 산업이 장기적으로 칩을 기반으로 구축될 것이라는 엔비디아의 주장이 단기적인 투자자들의 기대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투자자들은 (신제품에 대한) 뉴스의 상당 부분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엔비디아 등 뉴욕증시를 주도했던 대형 기술기업 7개사를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M7)’은 이번 1분기에 2022년 4분기 이후 2년여 만의 최악 성적으로 향하고 있다. M7 주가를 종합한 ‘블룸버그M7지수’ 상승률에서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 상승률을 뺀 수치가 마이너스(-) 12.19%로 2022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즉 전체 시장을 M7이 오히려 발목 잡고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44% 이상 폭락했으며 애플과 구글 등도 14% 이상 빠졌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던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주가도 최근 부진으로 인해 0.5% 하락으로 돌아섰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주식전략가는 “올해 말 S&P500지수 목표치를 6500에서 6200으로 낮춘다”면서 “M7의 M이 ‘매그니피센트(Magnificent·위대한)’에서 ‘말레피센트(Maleficent·해로운)’로 바뀐 영향”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