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예매도 ‘등급’이 있어요” 프로야구 티켓 논란…최상위는 암표? [해시태그]

입력 2025-03-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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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부터 콘서트까지, 선예매 제도 빛과 그림자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어디까지 갈 생각이야?

도대체 어디까지 할 생각인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부아가 치미는데요. 아무리 자본주의라지만, 이렇게 ‘쪼개서’ 돈을 챙길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죠. 팬클럽도 등급을 나누면서 말입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선예매, 선선예매, 선선선예매를 넘어 선선선선예매까지 등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프로야구 kt 위즈가 그 논란에 섰죠. kt는 시즌권, 매직회원, 빅또리회원, 위잽회원 등으로 등급을 나눠 ‘선선선선예매’를 진행했는데요. 등급별로 나눈 뒤 예매 시작 시간을 차등화한 거죠.


(출처=kt 위즈)
(출처=kt 위즈)


먼저 가장 높은 등급은 ‘시즌권 구매자’입니다. 시즌권 구매자는 모든 홈경기의 좌석을 고정적으로 확보하며, 홈경기 8일 전 오후 1시에 예매가 가능합니다. 이 시즌권은 105만 원에서 305만 원에 달하는 고가 상품이죠. 다음 등급은 ‘매직 회원’인데요. 시즌권 회원보다 1시간 늦은 홈경기 8일 전 오후 2시에 예매창이 열립니다. 1시간 늦게 열리는 것 치곤 시즌권의 4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저렴한(?) 편이죠. 1인당 최대 8장까지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어 ‘빅또리회원’은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위잽회원’은 다음 날인 홈경기 7일 전 오후 2시 예매가 가능한데요. 빅또리회원은 10장의 티켓을 미리 구매해 선예매 기회를 확보하는 회원권이며 위잽회원은 kt 자체 팬클럽 회원권으로 일반 예매자보다 하루 먼저 티켓팅을 할 수 있죠.

자 이제 마지막이 바로 일반 예매 고객인데요. 높은 등급의 팬들이 지나간 뒤라 이미 좋은 좌석은 대부분 선점되고, 남은 곁가지를 얻으려 분투를 하게 되죠. 팬 등급을 무려 4단계(일반까지 5단계)로 나누고 등급당 1시간 일찍 예매로 세분화한 정성(?)에 팬들의 불만은 폭주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이런 급 나누기 행태는 kt의 조치가 과도하지만, 다른 프로구단도 차등 선예매 제도를 운용 중인데요. 삼성 라이온즈는 시즌권자도 구매 좌석 위치에 따라 선예매 등급을 차등 적용했습니다. ‘프리미엄 블루시즌권’, ‘블루시즌권’, ‘80매 선예매권’으로 나뉘며 가격은 각각 250만 원, 200만 원, 160만 원입니다. 이 특정 회원권 가입자에게만 우선 예매권을 제공하는 방식이죠.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 LG 트윈스도 팬클럽 및 회원권 등급에 따라 선예매 대상과 시점을 다르게 설정했는데요. 앞서 kt처럼 ‘선선예매’ 시스템을 도입해 더 비싼 회원권을 구매해야만 빠른 예매가 가능합니다.

SSG 랜더스는 kt와 마찬가지로 팬클럽 등급을 나눠 ‘프론티어’ 회원에게 1시간 선예매 기회를 제공하려 했는데요. 뿔난 팬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했죠. 일반 팬들에게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커지자 예매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며 민심을 잠재웠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가 지난해 1000만 관중을 달성했고, 올해 시범경기 또한 매진사례가 이어지며 구단의 ‘입장권 장사’가 더 치열해진 건데요. 넘치는 인기만큼 전 구단이 시즌권과 멤버십을 강화하는 추세가 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선예매 급나누기 사례는 비단 프로야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데요. 콘서트와 뮤지컬 등 공연계에서도 이런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죠.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세븐틴 등 유명 K팝 아이돌의 콘서트장에서도 빈번한데요. 공식 팬클럽 회원만 선예매가 가능해 일반 팬들은 예매자체가 어려운 구조죠. 이들 콘서트에 가고 싶다면 팬클럽 가입비에 콘서트 티켓을 합친 가격이 ‘진짜 콘서트 가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거기다 블랙핑크는 월드투어에서 VIP 회원에게만 우선 예매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차등 운영되기도 했는데요. 일반 팬클럽 회원은 후순위로 밀렸죠.

뮤지컬과 연극에서도 특정 신용카드 회원에게만 선예매 혜택을 주거나 팬클럽 회원에게만 사전 예매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기 뮤지컬 같은 경우에는 선예매가 90% 이상을 차지하며 일반 예매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죠. 예매 시스템이 점점 ‘등급화’되어 가면서 일반인들과 팬들이 ‘돈’으로 배제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사례들이 전부 ‘암표’를 부추기고 있다는 겁니다. 해외 스포츠인 미국프로농구(NBA), 프리미어리그(PL)에서도 시즌권과 팬클럽 회원권이 암표 시장에서 고가로 거래되고요. 해외에서는 팬클럽 회원까지 되팔거나 티켓을 재판매하는 비공식 거래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수준이죠.

이 사례는 그대로 한국에도 이어졌는데요. 암표상들이 팬클럽에 가입해 티켓을 선점하고, 비싼 가격으로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구조가 만들어졌죠. 즉 팬클럽 회원제가 암표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겁니다.


(사진제공=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암표상들이 팬클럽 계정을 구매해 ‘팬클럽 인증 대행’까지 참여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콘서트를 진행한 그룹 세븐틴이 멤버십 소유자를 대상으로 ‘선예매’를 진행했고, 이후 국내 최대 표 양도 플랫폼에 대거 올라왔죠. 그 가격은 최대 19만 원대인 판매 정가가 우스워질 수준이었는데요. 30만~40만 원대 표는 기본, 최대 750만 원에 육박하는 VIP 좌석 입장권도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선예매 단계에서 전체 좌석의 80~90%가 판매되면서 일반 예매는 사실상 ‘형식’에 지나지 않죠. 일반 관객들은 티켓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결국 암표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선예매 비율을 조정하거나 본인 인증 강화, 공식 리셀 시스템 등 암표를 막기 위한 해결책들이 나왔는데요. 선예매 비율을 30~50% 수준으로 제한해 일반 예매자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조정하거나, 암표상들의 표를 구매할 수 없도록 입장 시 신분증 확인을 철저히 시행하는 등의 방안이죠. 또 티켓을 정당한 가격에 되팔 수 있도록, 공식적이 리셀 플랫폼을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진짜 팬을 위한 혜택”이라지만 실질적으로 그 진짜 팬이 피해를 받는 ‘등급제’인데요. 티켓시장을 더욱 불공정하게 만드는 구조가 됐죠. 돈으로 등급이 나뉜 것도 서러운데 정당한 ‘티켓팅’의 기회조차 앗아가는 현실인데요. 이 모든 폐해는 또 다 팬이 감내하는 중입니다.

자신의 배를 불리려다 남의 배만 불리고, ‘진짜’를 떠나보내는 일이 없도록… 부디 더 심각하게 고민하는 과정을 더 거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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