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내러 뛰어가나?"…'언슬전', 싸늘한 안방극장 시선 돌릴까 [이슈크래커]

입력 2025-03-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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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포스터. (사진제공=tvN)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포스터. (사진제공=tvN)

다음 달 베일을 벗을 드라마가 숱합니다.

본격적으로 찾아올 봄과 함께 방송가도 새 드라마들을 선보이며 단장에 나서는데요. 남자친구를 찾는 설렘 가득한 로맨스 드라마부터 회사를 배경으로 한 로코(로맨스 코미디), 밀리터리 코미디, 빙의 판타지 사극, 현생 초월 로맨스까지 장르도 소재도 다양하죠.

그중에서도 큰 관심을 받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tvN의 새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운 전공의생활'가 주인공인데요. 긴 제목 탓에 '언슬전', '슬전의' 등 애칭으로 불리곤 하죠.

다음 달 방송을 앞둔 '언슬전'은 티저나 포스터를 공개할 때마다 화제가 됩니다. 다만 호의적이기만 한 반응은 아니라는 사실이 함정(?)이죠. 수많은 댓글이 드라마의 부진을 점치거나, 예전 같지 않은 기대감을 드러내는 등 회의적인 반응을 담고 있는데요. 사실 '언슬전'은 약 1년간의 표류 끝에 어렵사리 편성을 확정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스틸컷. (사진제공=tvN)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스틸컷. (사진제공=tvN)

1년 만에 방송 확정한 '언슬전'…반응 싸늘한 이유

'언슬전'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 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입덕 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입니다. 배우 고윤정(오이영 역)을 중심으로 신시아(표남경 역), 강유석(엄재일 역), 한예지(김사비 역), 정준원(구도원 역) 등 청춘 배우들이 총출동합니다.

무엇보다 탄탄한 팬층을 자랑하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시리즈의 스핀오프 드라마라는 점으로 눈길을 끄는데요. 99학번 의대 동기 다섯 명을 중심으로 병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슬의생'은 김대명, 유연석, 전미도, 정경호, 조정석 등 주연 배우들의 호연과 소소하면서도 공감 가는 이야기, 따뜻한 연출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2020년 방송된 시즌1은 6.3%(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시작해 최종회에서 14.1%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유종의 미까지 거뒀는데요. 인기를 끌면서 1년 뒤 곧바로 시즌2가 방송됐죠. 시즌2는 첫 방송 10%의 시청률로 시작하며 안방극장의 높은 관심을 입증, 최종회에서도 14.1%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닫았습니다.

'언슬전'은 산부인과로 배경을 좁혀 지식도, 의술도, 여유도 부족한 인물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내는데요. 제작진은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자 한다"며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직장에서 시련을 겪으며 저마다의 속도로 나아가는 청춘들의 성장기를 기대해달라"고 귀띔했죠.

그러나 첫발을 떼기도 전부터 반응은 싸늘합니다. 예고편, 포스터 등 티저 콘텐츠가 공개될 때마다 쓴소리도 쏟아지는데요. 전공의 파업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인 탓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5년간 의대 정원을 1만 명 늘리겠다고 발표했고, 전공의들은 이러한 정부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속속 떠난 바 있죠.

1년 넘도록 이어진 의정 갈등에, 정부는 '의대생 3월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5058명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증원 후퇴를 이끌어낸 셈인데요. 각 의대 학장들도 학생들의 복귀를 위해 설득에 나섰지만, 의대생들은 무응답, 전공의 대표는 되레 학장들을 상대로 각을 세우는 실정입니다. 전공의·의대생들이 수련병원·학업 복귀를 거부하는 상황이 여전하다는 건데요.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안게 됐고, 전공의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습니다.

'언슬전'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비판이 팽배한 가운데 제작진 측도 난감하기만 합니다. 당초 드라마는 지난해 5월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의정 갈등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로 편성이 연기되더니, 결국 올해 상반기로 또 한 번 미뤄졌는데요. 1년 가까이 편성을 확정하지 못하고 표류한 끝에 다음 달 12일 tvN에서 매주 토, 일요일 방송을 어렵사리 확정했죠.

19일에는 산부인과 티저 영상과 1년 차 회진 포스터를 공개해 예측할 수 없는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의 하루가 살짝 공개됐습니다. 영상에는 이제 막 산부인과 의사가 된 레지던트들이 진통을 느끼는 산모를 돌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환자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등 험난한 사회생활을 겪고 있는 상황이 담겼는데요. 포스터에도 바쁘게 뛰어다니는 레지던트 4인방의 다급한 순간이 담겨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병원의 일상을 예감케 했죠. 서류가 사방으로 휘날리고 신발 한 짝이 벗겨져도 손에 쥔 스마트폰과 수첩은 절대 놓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엔 "사직서 내러 뛰어가는 거냐", "환자들 두고 다 병원 떠나지 않았나. 저런 전공의가 어딨나", "전공의 미화 이젠 거북하다", "차라리 전공의들이 병원 떠나서 수 배로 고생하는 간호사들 이야기라고 해라" 등 날 선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며 뭉클한 감동과 공감을 전하는 '전공의 생활'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배우 조병규(왼쪽부터), 송하윤, 박혜수.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킹콩 by 스타쉽, 고스트 스튜디오)
▲배우 조병규(왼쪽부터), 송하윤, 박혜수.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킹콩 by 스타쉽, 고스트 스튜디오)

'찌질의 역사' 나름 선전 중…'디어엠'도 편성 확정

물론 일각에서는 '드드봐' 이야기가 나옵니다. 드라마 내부의 논란이 아닌 데다가 이미 1년 전 모든 방송 준비를 마쳤던 만큼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한다는 거죠.

시청자들의 따가운 시선에 방송이 미뤄졌던 또 다른 드라마는 이제 종영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웨이브-왓챠 드라마 '찌질의 역사'는 지난달 26일 처음 공개돼 이제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뒀는데요. 동명의 원작 작가 김풍이 직접 극본을 맡으면서 현실을 그대로 옮긴 듯 실감 나는 하이퍼리얼리즘 서사와 쫄깃한 대사, 김성훈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받았죠.

2022년 촬영을 마친 드라마는 조병규에 이어 송하윤까지, 남녀 주연 배우들의 학교폭력 의혹이 터지면서 3년여간 방송되지 못했습니다. 조병규는 2021년 뉴질랜드 유학 당시 상습폭행, 금품 갈취 등을 당했다는 폭로에 휘말렸는데요. 그는 학폭 의혹을 부인하고 폭로자를 고소했지만, 뉴질랜드에 거주 중인 폭로자가 한국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사건은 말끔히 결론 나지 않았죠.

지난해 4월에는 송하윤의 학폭 의혹이 세간을 뒤흔들었습니다. 한 네티즌이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4년 당시 3학년이었던 송하윤에게 90분간 이유도 모른 채 따귀를 맞았다고 폭로한 건데요. 송하윤 측은 "학폭과 관련해 강제전학을 간 건 맞는다"면서도 "폭력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냈죠. 역시 애매한 마무리와 함께 송하윤은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결국 3년 만에 베일을 벗게 된 '찌질의 역사'. 두 배우의 의혹이 모두 말끔히 해소되진 않았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웨이브에 따르면 '찌질의 역사'는 5, 6회가 공개된 12일 웨이브 일일 신규 유료 가입 견인 1위를 달성했는데요. 시청 시간 또한 전주 대비 약 83.7%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9일 마지막 회차에 해당하는 7, 8회가 공개될 예정이죠.

박혜수의 학폭 의혹에 '빨간불'이 켜졌던 '디어엠'도 다음 달 14일 방송을 시작합니다. '디어엠'은 2021년 2월 첫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창 시절 그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비상이 걸렸죠. 박혜수 측은 즉각 이를 부인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박혜수와 피해자 간 진실 공방이 길어지면서 논란도 이어졌습니다. 결국 KBS 2TV 드라마 '디어엠'은 제작발표회를 취소, 설상가상으로 첫 방송 이틀 전에 드라마 공개를 무기한 연기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KBS 2TV 월화드라마 '환상연가' 후속 드라마로 편성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으나 당시 KBS 측은 "'디어엠' 편성과 관련해 확정된 바 없으며, 논의 중인 여러 사안 중 하나"라고 전했는데요. 1년여가 지난 최근에는 케이블 채널인 KBS Joy로 옮겨 방송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거론됐습니다. 끝내 '디어엠'은 다음 달 14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월, 화요일 방영을 확정했죠.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이어 흥행할까…결국 쟁점은 '설득력'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간 표류 끝에 시청자들과 만난 드라마들입니다. '언슬전'은 출연진의 논란이나 작품 자체의 비판 요소 때문에 방영이 연기됐던 건 아니지만 시즌제로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작품인 만큼, 벌써 '미화'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상황이죠.

다만 희망은 있습니다. 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데 따른 건데요. 이 시리즈는 한국을 비롯해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등 17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기록했고,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인도 등 63개국 톱10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가 병원 내 인간적인 관계와 성장 서사를 강조했다면, '중증외상센터'는 멜로, 신파를 쏙 빼고 빠른 템포와 강렬한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긴장감을 끌어올렸죠.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처절한 사투를 가감 없이 그려내면서 몰입도를 높였는데요. 메디컬 드라마보다는 '대놓고(?) 메디컬 판타지 히어로' 장르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국종 전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를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들도 눈길을 끌었죠.

드라마의 성패는 대중 정서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연진의 사생활 논란을 딛거나 의정 갈등 여파 속 메디컬 드라마로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선 결국 작품 자체의 몰입도, 완성도가 관건이라는 건데요. '언슬전' 역시 첫 방송을 기점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서사가 자아내는 공감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시청자들의 냉랭한 시선을 따뜻한 호응으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되는데요. "어차피 현실에 없는 전공의, 드라마에서라도 보자"는 자조 섞인 댓글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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