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반영하듯 트럼프 스스로 ‘왕’으로 지칭
일각선 ‘단일 행정부론’, ‘군주정’ 주장 나와
미국 국민 52% “트럼프 3선 시도할 것” 응답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모든 국제 이슈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 100일도 안 됐지만, 매일같이 새로운 정책들과 파격적인 발언을 홍수처럼 쏟아내면서 워싱턴 정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두가 트럼프의 ‘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서명한 행정명령만 80여 개 달하며, 여야의 우려를 산 파격적인 내각 인선, 군 수뇌부 해임, 연방정부 일부 기관 폐쇄와 대규모 공무원 해고, 우크라이나와 가자전쟁의 ‘막무가내식’ 종식 추진에 이르기까지 미국 안팎의 현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고 밀어붙이고 있다.
이를 두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트럼프가 ‘홍수 전략’(Flood-the-zone)을 쓰며 정책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과 반대세력들이 논란을 형성하기 전에 수많은 정책을 내놓아 각계각층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트럼프 전략은 트럼프 1기 정부 책사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이 언급한 적이 있는데, 2기 행정부 들어서 이러한 전략이 더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발신되는 정보는 옥석이 혼재하고, 그 이면에는 국가의 모습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음 움직임이 진행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권력 확대로 정부 조직과 사람, 데이터를 장악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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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독립 규제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 강화했고,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의 심사 의무화 대상으로 두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선거 결과에 관한 판단을 현직 대통령에게 맡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려를 사는 대목은 이뿐만 아니다. 기업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 조직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의 민감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까지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친트럼프’ 인사인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의 기소 취하하라는 검찰 수뇌부의 지시가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무부 수사와 기소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오랜 관행을 트럼프 행정부가 깨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닛케이는 삼권분립을 흔드는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들의 근간에는 ‘단일 행정부론’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이 곧 행정부이며, 행정기관의 모든 판단과 인사에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고 보는 이론이다. 사실상 ‘군주정’과 맥락을 같이 하는 개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조국을 구하기 위한 사람의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일각에서는 ‘군주정’의 필요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유명 우파 테크 블로거 커티스 야빈은 “현대 미국의 민주주의는 소수의 엘리트가 지배하는 과두제로 돌아가 실패하고 있다”면서 “독재적인 권력을 가진 군주에 의한 통치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JD 밴스 부통령도 과거 야빈의 주장을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트럼프는 최근 자신을 스스로 ‘왕’이라고 칭했다. 그는 지난달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최초로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도입한 혼잡통행료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면서 “혼잡통행료는 이제 죽었고, 맨해튼과 모든 뉴욕이 구원을 받았다. 왕 만세(Long Live The King)”라고 적었다. 군주제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의 수장이 스스로 ‘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반복적으로 3선 도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22조는 ‘누구도 대통령직에 두 번 이상(more than twice) 선출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징검다리 식으로 집권했기 때문에 한 차례 더 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반복적인 언급이 통한 것일까.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지난달 말 미국 성인 2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2%는 트럼프 대통령이 3선을 시도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