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교육 현장 떠난 이들에겐 무관용뿐이다

입력 2025-03-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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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의대 총장·학장단이 건의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이었던 2024년도의 3058명으로 조정하는 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총장들은 19일 긴급회의를 열고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를 모두 반려하기로 합의했다. 더는 집단휴학을 받아들이지 않고, 학칙대로 처리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건데, 의대생들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의대 총장·학장단이 건의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이었던 2024년도의 3058명으로 조정하는 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총장들은 19일 긴급회의를 열고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계를 모두 반려하기로 합의했다. 더는 집단휴학을 받아들이지 않고, 학칙대로 처리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건데, 의대생들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40개 의과대학 총장들이 19일 긴급회의를 열어 의대생 집단 휴학계를 반려하기로 합의했다. 유급·제적 사유가 발생하면 학칙대로 처리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가장 큰 배경은 ‘내년 의대 증원 0명’ 요구가 관철됐음에도 전국 의대 강의실이 텅 비어 있는 답답한 현실이다.

의대생들이 3월까지 복귀할 경우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원래 정원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정부가 물러섰지만, 반응은 없다. 상황은 심각하다. 24·25·26학번이 자칫 내년에 모두 1학년이 되는 ‘트리플링(tripling)’이 벌어져 1만 명 넘는 학생이 한꺼번에 수업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의료 교육 정상화가 가능하겠나.

40개 의대가 ‘학생 보호’라는 과잉 보호막을 치운 것은 올바른 방향 전환이다. 만시지탄의 감도 없지 않다. 누구나 제 밥그릇을 하늘로 안다. 사회의 존중과 대우를 받는 의료계라고 해서 다를 리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켜야 할 선은 있는 법이다. 수많은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나 의대생들과 함께 2년째 의정 갈등을 키우는 행동대 역할을 하는 것은 그 어떤 기준으로 봐도 선을 넘었다.

앞서 17일 서울의대 교수 4명은 의료·교육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의대생들을 향해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어 보인다”고 했다. 교수들은 “여러분은 의료 시스템을 개선할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며 “오직 탕핑(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음)과 대안 없는 반대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제는 결정할 때”라고도 했다. 보태고 뺄 것 없다. 구구절절이 옳다.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공동성명이 나왔다면 고개를 숙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삿대질로 맞선다. 사직 전공의 대표 박단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몇몇 분들의 위선 실토이자 자백”이라고 했다. 할 말, 못 할 말을 구분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박 씨만이 아닐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박 씨가 부회장을 맡은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최근 전국 광역시도의사회 회장단 비공개 회의에서 “2026학년도에는 (의대생을) 한 명도 뽑지 말아야 한다”고 해 물의를 키웠다. 의사 단체들은 지역의료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필수의료 패키지’ 등의 전면 백지화까지 요구한다. 환자 선택권 침해 및 의료 질 저하를 들지만, 결국 밥그릇 논란을 자초하는 행태다.

전국 의료 현장이 사실상 마비된 것의 절반 이상 책임은 정부에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을 떠난 이들의 책임도 절대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사실상 백기를 들어 의정 갈등을 접을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은 누군가의 홍보나 주장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다. 출구를 찾아야 한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극단적 사태가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의사 자격, 의료진 양성 시스템에 관한 근본적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교육 현장을 떠난 이들을 더는 관용으로 대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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