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사이] 40. 본격화되는 미중 ‘선박전쟁’

입력 2025-03-1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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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패권’ 두고 치열한 다툼 예고
中 해운·조선 굴기에 美 위협 느껴

“상선과 군함건조 등을 포함한 미국 조선산업을 재건하겠다. 우리는 매우 빨리 선박을 만들 것이다.” 3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11일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선박전쟁, 중국의 이중용도 조선 제국에 맞서다(Ship Wars: Confronting China’s Dual-Use Shipbuilding Empire)’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핵심은 쇠퇴하고 있는 미국의 조선산업을 부활시키고, 강력해지는 중국 해양굴기를 막겠다는 것이다. 예견되었던 미중 간 선박전쟁이 트럼프 2.0과 함께 더욱 본격화될 조짐이다. 향후 미국의 대중국 조선산업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심화되면서 이를 둘러싼 미중 간 선박전쟁이 글로벌 패권 다툼의 새로운 충돌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역 및 반도체·AI·우주항공의 첨단산업을 넘어 해양패권을 두고 치열한 대립과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美 행정부·의회 공조해 中 견제

지난해 4월 미 의회는 중국의 해양패권 도전에 따른 미국의 대응을 촉구한 ‘미국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 지침’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공화당·민주당 연합으로 ‘미국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이라는 이른바 ‘선박법(SHIPS Act)’을 발의했다. 이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선박법의 경우 작년 118대 의회가 종결되면서 법안이 자동 폐기되었지만, 올해 119대에서 재발의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반도체 굴기 제재와 쇠락한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칩스법(CHIPs Act)’을 제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올해 1월에는 미국 국방부가 세계 최대 해운사 중 하나인 중국의 COSCO(중국원양해운집단)를 ‘군사기업’으로 지정하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2월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년간 중국 조선·해양산업의 불공정 관행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산 선박에 대해 엄청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다가오는 3월 24일 국제무역위원회(USITC) 공청회를 통해 최종 확정되면 바로 시행된다. 나아가 중국의 커져 가는 해양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조선업 강화를 위한 18개 조치’의 행정명령까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에는 중국선박이 미국에 입항하거나 미국 항만에서 중국산 크레인 사용 시 수수료를 부과하고 걷어들인 비용으로 미국 해양산업 발전에 투자하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내 미중 간 선박전쟁에 대비한 관련 사무국 설치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총동원되어 중국과의 선박경쟁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중국 조선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배경과 목적은 크게 2가지로 귀결된다.

첫째, 쇠퇴하는 미국 조선업의 부흥과 함께 중국 조선·해운업의 굴기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1920년부터 1970년대까지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가지고 있는 국가였다. 1975년 미국 조선업은 연간 70척 이상의 상선을 생산하고 약 18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한 세계 1위 국가였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1% 미만의 상선을 생산하는 세계 19위로 몰락했다. 국제무역에 이용되는 미국 선적 선박이 2024년 기준 약 80척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5500척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해군정보국 자료에 의하면, ‘중국은 미국의 232배나 되는 세계 1위의 조선·해운 능력을 보유한 국가로 만약 미중 간 해양산업 공급망을 중국이 통제하게 된다면 미국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은 실제 상선과 함정의 이중목적의 대형 조선소가 20개, 드라이 독 130개 등 전 세계 대형선박 건조 시설 300개 중 약 180개를 보유하며 세계 신규 대형상선의 약 60%를 수주하고 있다. 미국 조선소가 한때 414개가 있었으나 지금은 21개로 축소되면서 해양경제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미국 조선산업을 재건하겠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미국 조선산업을 재건하겠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中, 신규 대형상선의 60% 수주

중국 조선업의 성장과 발전은 무서울 정도다. 중국은 2010년부터 중국기업 물동량의 50%를 자국선으로 수송한다는 ‘국화국운(國貨國運)’, 자국 선박은 자국에서 제조한다는 ‘국륜국조(國輪國造)’ 정책을 추진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에서도 해양장비 및 첨단기술선박이 10대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되면서 조선업 규모와 글로벌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미군 화물의 90%가 상업용 선박으로 이동하는데, 상업용 선박의 6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 화물 이동 및 배송추적 데이터가 중국정부로 유출된다고 보고 있다.

둘째, 중국 조선업 성장에 따른 해군 역량이 강화되면서 미국 해양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2022년 미 연방회계감사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함정의 유지보수 지연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해군 소속의 조선소에 대한 인프라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2014년부터 중국이 이미 보유한 함정의 수가 미국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군함건조 역량이 더욱 강화되면서 미국에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개최된 하원 군사위원회 해군력 공청회에서 미국 조선업은 전투력의 항구적, 지속적인 확대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해군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선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집중 논의 된 바 있다. 현재 미국 해군조선소는 기존 11개에서 4개(태평양·대서양 각각 2개)로 줄어들었고, 이곳 또한 함선 건조가 아니라 항공모함·핵잠수함 등 유지, 보수에 전담하는 실정이다.

K-조선 역량 활용할 기회 찾길

문제는 오래된 시설과 장비문제, 숙련공 부족 등의 이유로 유지, 보수에만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미 간 조선산업 협력을 애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쇠락한 조선업은 미 해군역량을 약화시키고, 이는 결국 미중 패권경쟁에서 국가안보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가 발행한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도 중국 해군이 370척이 넘는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로 2025년 395척, 2030년 435척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조선업 부흥을 외치며 중국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단시일 내 재건은 결코 쉽지 않다. 우선 국가부채가 35조 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조선소 추가 건설, 드라이 독 시설 확장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이다. 미중 간 펼쳐지는 선박전쟁이 본격화되면 우리 조선·해운업 전반에 기회와 위협이 공존할 것이다. K조선 역량을 지렛대로 삼아 우리 국익을 위한 해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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