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평의가 장기화하면서 정치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헌재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각종 추측과 자극적인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탄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데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이 맞물려 있어 정국 혼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정치권 및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전날에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평의를 이어갔지만 선고일을 공지하지 않았다.
그간 정치권에선 헌재가 통상 금요일에 중요한 탄핵심판 선고를 해온 점을 고려해 이번주 금요일인 21일을 유력한 날짜로 거론해왔다. 특히 헌재가 선고일 2~3일 전 이를 알리는 공지를 해왔다는 전례를 들어 적어도 19일엔 관련 언급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예상을 깨고 늦은 오후까지도 통지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기습적으로 선고일을 공지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다음주 혹은 그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선고일이 밀리면서 정치권은 술렁이고 있다. 국민의힘 안에선 선고가 늦어지는 이유가 재판관들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기각 또는 각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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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민주당은 선고 지연에 불만을 표출하며 다각도로 압박 수위를 높이며 맞섰다. 전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야권 의원 5명은 헌재를 방문해 윤 대통령 신속 파면 촉구 서한을 전달했다. 박 원내대표는 "과거 대통령에 대한 두 차례의 탄핵심판에 비춰 헌재의 선고가 지연되면서 구구한 억측이 난무하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 경제적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선고가 늦어질수록 우리 국민이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막대하게 불어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 강도 역시 끌어올렸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광화문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최 대행을 향해 "지금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길 바란다"며 "단순한 법률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직무유기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중(重)직무유기 행위"라고 말했다. 18일 박 원내대표가 최 대행을 향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린 데 이어 또다시 나온 강경 발언이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거대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인지 IS(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같은 테러리스트가 한 말이 아닌지 잠시 착각했다"며 "이 대표야말로 가히 협박죄 현행범이고, 권한대행을 상대로 협박을 가했으니 내란 선동죄 현행범"이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맹공을 이어갔다.
정치권에선 최 대행 탄핵 문제에 신중론을 보여온 민주당이 돌연 초강수 기류로 돌아선 이유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윤 대통령 선고 이후에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6일 예정된 항소심 선고에서도 1심처럼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될 경우 대권 행보에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이 대표의 선고 결과가 먼저 나와 여론이 여당 방향으로 급격히 쏠릴 경우 탄핵정국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갈 수 있는 만큼 대행의 대행을 탄핵하는 강수를 두더라도 선고를 앞당기려는 기류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전날 심야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최 대행에 탄핵 추진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해 결국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최 대행 탄핵에 대한 신중론이 여전하고 이로 인해 탄핵 외에 다른 대응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