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호 삼양에코테크 대표이사는 18일 경기 시흥시 삼양에코테크 시화공장에서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재활용 페트칩(R-Chip) 시장 전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삼양에코테크는 폐페트병을 잘게 부순 ‘페트 플레이크’와 이를 가공해 만든 재활용 페트칩을 모기업 삼양패키징에 공급한다. 삼양패키징은 국내 페트 용기 시장의 5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페트병 원료인 프리폼부터 보틀(병), 아셉틱 음료를 생산한다.
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플라스틱 순환 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은 드물다”며 “1995년 이전 선대 명예회장께서 수익이 아닌 사회공헌 차원에서 페트 재활용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30년을 이어온 삼양그룹의 페트 재활용 사업은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춰 본격적인 개화를 준비하고 있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플라스틱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을 기존 3%에서 10%로 높이고, 2030년까지 이 비율을 3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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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바뀌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페트병 생수 및 음료 제조업체들은 연간 약 2만 톤(t)의 재생원료를 사용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양에코테크 시화공장의 재활용 칩 생산 규모는 연간 2만2000t. 이미 예상 수요를 뛰어넘는 생산능력을 확보한 셈이다.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이 30%가 되는 2030년에는 삼양패키징의 수요 물량만 해도 현재 생산능력을 뛰어넘는다.
삼양에코테크는 페트 플레이크와 재활용 페트칩의 용도를 식품 용기로 확대하기 위해 1년이 넘는 인증 절차를 거쳐 지난해 11월 환경부로부터 적합성을 인증받았고, 지난달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획득했다. 투명 페트병과 유색 페트병이 혼합 수거된 폐페트병으로 만든 재생원료가 식품용 인증을 받은 건 국내에선 처음이다.
이 대표는 “전방 산업인 음료뿐만 아니라 자동차 내장재, 가구용 시트, 타이어코드 등에도 재활용 칩을 적용할 수 있고, 다국적 업체들 중에서는 재생원료를 의무적으로 혼합하는 곳도 있다”며 “자동차·타이어 기업과 협력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트 재활용 시장이 자리 잡기 위해 그는 “인센티브와 페널티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의도를 고려하면 강제성도 필요하겠지만, 재활용 페트칩이 버진 칩보다 1.5배 비싼 점을 고려하면 음료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지원금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해외에서 생산된 재활용 칩이 수입되면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경우 버진 페트 칩을 생산하고 이를 유통·사용하지 않은 뒤 그대로 분쇄해 재활용 칩을 만드는 ‘그린 워싱’이 만연하다. 중간 단계를 생략한 만큼 새 제품 같은 재활용 칩을 매우 낮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이 대표는 “식품용 재활용 칩 시장은 아직 개화 전이기 때문에 현재까진 중국산 칩이 없지만, 섬유용에는 허들이 없다”며 “국내에서 소비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이 순환경제 개념상 마땅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