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차례 제주 마일리지 항공권 뿌리며 소진 유도
1조 원 달하는 아시아나 마일리지 소진 주력
대한항공 조만간 마일리지 통합안 발표할 듯

아시아나항공이 국내 최초로 미주 노선에 마일리지 전용기를 띄운다. 1조 원에 달하는 잔여 마일리지를 소진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과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둔 가운데 마일리지를 최대한 줄여 부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4월부터 미주 노선에 국제선 마일리지 전용기를 운영한다고 20일 밝혔다. 인기 노선인 인천-로스앤젤레스(LA), 인천-뉴욕 노선에 총 6회 운영할 계획으로 4~5월은 LA 노선에, 6월에는 뉴욕 노선에 투입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번에 푸는 마일리지 좌석은 총 1870석이다. 495석 규모의 초대형 항공기 A380을 투입한다.
미주노선 마일리지 항공권은 비수기 편도 기준 이코노미 클래스는 3만5000마일, 비즈니스 스마티움 클래스는 6만2500마일이 공제된다. 단 5~6월에 운항하는 일부 해당 편은 성수기 공제 기준이 적용돼 비수기 대비 50%가 추가 공제된다.
관련 뉴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이 완료된 이후 제주 노선에 마일리지 항공편을 운영하며 고객들의 마일리지 소진을 유도하고 있다. 4회에 걸친 ‘제주 해피 마일리지 위크’ 프로모션을 통해 약 3만8000석에 달하는 마일리지 좌석을 공급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미주 노선에 마일리지 전용기까지 띄우는 건 1조 원에 달하는 마일리지를 소진해 통합 대한항공의 부채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9819억 원에 달한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재무제표상 부채로 인식되는 만큼 마일리지를 줄일수록 통합 대한항공의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줄어든다.

양사의 마일리지 합병 비율이 1대 1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마일리지 노선 확대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항공편 탑승으로 발생한 마일리지는 고객들의 반발을 고려해 1대 1로 비율로 전환될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탑승 마일리지는 이동 거리에 비례해 적립되는 만큼 항공사마다 적립률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제휴 마일리지의 경우 1대 1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제휴 마일리지는 신용카드 사용에 따라 적립되는 것을 말하는데 양사의 적립 비율이 다르다. 대한항공은 15원에 1마일, 아시아나항공은 11~12원당 1마일이 적립된다.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마일리지 가치를 1대 0.9로 산정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탑승 마일리지는 1대 1 비율로, 제휴 마일리지의 경우 1(대한항공)대 0.8~0.9(아시아나항공) 정도의 비율로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조만간 마일리지 통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11일 대한항공 신규 기업 이미지(CI) 공개 행사에서 “스카이패스와 아시아나클럽은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이라며 “모든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리적인 통합안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외부 전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아시아나항공과 마일리지 통합을 위한 가치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 결합 6개월 이내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최종안을 제출해야 한다. 공정위는 올해 6월까지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회사 측으로부터 보고받고 통합 항공사 출범 전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