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가 쏘아올린 공, 속도붙는 PEF 규제 [사모펀드의 늪⑤]

입력 2025-03-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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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20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금융당국ㆍ국회 사모펀드(PEF) 규제 논의 잰걸음
사모펀드의 책임경영 강화, 금산분리 적용 등
전문가들 사모펀드 규제는 “신중해야”

▲AI 달리
▲AI 달리

홈플러스가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MBK의 경영실패 사례가 부각되면서 사모펀드(PEF) 업권 전반에 대한 규제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본연의 목적은 기업을 싸게 인수해 구조조정 등을 통해 가치를 올려 되파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있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등장하면서 경영 상황이 어려운 기업의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단기적 이익추구 성향과 책임경영 부재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추세다. 최근 MBK를 비롯한 거대 사모펀드가 재계의 이른바 ‘알짜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시도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각종 규제와 승계작업 등으로 기업들의 ‘약해진 고리’에 대한 공격에 나선 것이다. 사모펀드가 국가 전략산업이나 기간산업까지 무차별적으로 영역을 확장할 경우 해당 산업의 경쟁력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의 공격적인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와 단기 수익 극대화 전략은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는 재무적 부담을 가중한다. 결국, 사모펀드 운용사(GP)들이 기업을 인수한 후 경영 악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국회가 사모펀드 규제 강화에 나선다.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 산업에 대한 감독 체계를 정비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자본시장연구원에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올 상반기 내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규제 내용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당국과 투자 업계에서는 사모펀드가 기업의 경영에 개입할 경우, 그 목적과 구체적인 계획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사모펀드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개입할 경우,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게 핵심 골자다.

사모펀드 규제 강화에 대한 당국의 의지는 강하다. 금감원은 19일부터 홈플러스 법정관리와 관련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국내 사모펀드가 특정 사건으로 금감원 검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금감원은 사모펀드 협의체에 자산 규모 30위권 사모펀드에 대한 연락처와 조직도 등의 자료를 요청했다.

2015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절차를 인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완화했다. 이후 자기자본 요건도 10억 원까지 낮아졌다. 사모펀드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말 사모펀드 결성 규모는 136조4000억 원 사모펀드 수는 1126개다. GP 수도 2007년 말 35개에서 2023년 말 422개로 늘었다.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에 △자산운용사 내부통제 효율화 △부적격 GP 정리 방안 마련 등을 포함시켰다. 특히 GP에 중대 법규 위반 발생 시 ‘원 스트라이크 아웃(즉시 퇴출)’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사모펀드의 금산분리 규제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MBK-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의 산업자본 개입 문제와 관련한 금산분리 규제도 검토 중이다. 현행법상 사모펀드는 일반 금융회사와 달리 금산분리 규제를 받지 않아,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기업의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다. 이를 악용하면 사모펀드가 기업을 단기적인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장기적인 기업 경영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금융회사의 금산분리 규정을 일부 적용하는 방안이 쟁점”이라며 “사모펀드가 단기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방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투자 투명성 강화 △투자기관 구조조정 방식 규제 △노동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을 포함한 사모펀드 법안을 준비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다음달 민생 영역에 해당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버스 회사 등 민생 취약 분야에 대해 사모펀드의 진출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를 겨냥한 규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기업은 대개 비상장사여서 공시 대상이 아니며, 비상장사에 상장사와 준하는 공시 제도를 요구하는 것은 법규 체계상 맞지 않는다”며 “사모펀드의 배당이나 알짜 자산 매각 등도 경영에 포함되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하거나 신설할 경우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재해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규제 논의가 사모펀드 제도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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