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기업도 가계도 얼어붙었다

입력 2025-03-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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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3-20 17:56)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수출전망 악화…경기 회복 멀어지나
기업들, 채용도 ‘찬바람’…10곳 중 4곳은 신규채용 계획 없어
국민 체감경기 ‘최악’…10명 중 7명 “가계경제 악화”

봄이 와도 경제는 녹지 않는다. 수출은 흔들리고, 고용은 얼어붙었다. 가계는 버티기조차 힘겹다. 국내 정치 리스크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감소와 채용 위축, 가계 부담 증가라는 삼중고에 휩쌓였다.

20일 한국무역협회(KITA)가 발표한 ‘2025년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4.1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100을 하회했다. 이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전망이 크게 위축됐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59.4)의 전망이 급격히 악화됐다. 미 정부의 멕시코산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과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가 불확실성을 키웠다.

철강(88.8) 부문은 관세 영향을 일부 완화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반도체(112.7)와 선박(140.6) 등 일부 품목은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 증가와 LNG선 수출 증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출 여건은 악화일로다. 미국과 중국 간 통상마찰이 심화되면서 수입규제 및 통상마찰(45.4)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19.2%)과 환율 변동성 확대(14.2%) 등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양지원 무협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급변하는 무역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통상 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기존 생산 네트워크를 점검하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날 발표한 ‘2025년 신규채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은 60.8%에 불과했다. 2022년(72.0%) 이후 3년 연속 하락한 수치다. 올해는 6%포인트(p) 급감하며 최근 4년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채용을 예정한 기업들조차 적극적인 채용보다는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규 채용을 계획한 기업 중 ‘작년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50.7%였고, ‘채용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13.8%에 그쳤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인력 채용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이 채용에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기 공개채용을 진행하는 기업 비율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 채용 방식 조사에서 ‘수시 채용만 실시한다’는 응답이 70.8%로 가장 높았으며, ‘정기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한다’는 응답은 22.6%, ‘정기 공채만 실시한다’는 응답은 6.6%에 그쳤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최근 내수 부진 심화,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 등으로 기업들이 채용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면서 올해 채용 시장은 작년보다 더 얼어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민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실시한 ‘민생경제 현황 및 전망’ 조사에 따르면, 국민 71.5%가 ‘1년 전보다 가계 경제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특히 ‘물가 상승’을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은 응답자가 71.9%에 달했다.

국민들은 식료품과 외식비(71.0%)를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았으며, 에너지 비용(11.0%), 주거비(4.5%)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물가 상승 압박은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생필품 가격 상승이 체감경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향후 1년간 경제 전망도 어둡다. 국민 64.2%가 ‘가계 경제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35.8%에 그쳤다. 지출 전망에 대해서도 ‘증가할 것’(54.2%)이라는 응답이 ‘감소할 것’(45.8%)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고물가와 장기 경기 침체로 국민의 가계 형편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생필품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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