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관광객 유치…미북 교류 기대
한국도 자유왕래 추진등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생각하는 북한 원산·갈마 명사십리의 콘도 프로젝트는 성공할 수 있을까? 1월 취임 2기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일성은 북한이 가진 콘도 역량에 대한 칭찬이었다. 2018년에도 그는 “북한 해안가에 콘도를 지어라”라고 말했다. 북한 콘도에 대한 언급은 미·북 관계 개선과 미국의 투자 가능성을 의미한다. 미국의 투자를 받고 싶은 북한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비핵화 문제를 일단락 짓고 미국이 참여하는 원산·갈마 해안 휴양지 개발을 원했다. 명사십리(鳴沙十里). 밟으면 소리가 날 정도의 곱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10리가 펼쳐지는 곳이다. 모래 해안은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도 유명하다. 인근에는 리모델링한 갈마비행장이 있다. 해발 700m 마식령에는 스키장이 자리 잡고 있어 4계절 휴양지로도 손색이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원산에 대한 애착은 각별하다. 자신을 낳은 어머니 고용희가 만경봉호를 타고 처음 북한 땅을 밟은 곳이 원산이다. 김정은은 여름 휴가나 주말에 원산의 전용별장에 자주 머물렀다. 아버지 김정일과 같이 보냈던 시간을 자주 회상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관광 대국 스위스에서 유학했다. 관광산업에 큰 관심을 가졌을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가 원산 명사십리에 대규모 콘도 시설을 짓겠다는 구상을 한 것은 지금부터 10년 전. 부친 사망(2011년 12월) 3년상이 채 끝나기도 전인 2014년 6월 그는 ‘원산-금강국제관광지대’ 개발을 제시했다. ‘원산·갈마지구’ 건설계획 발표(2016년 7월)에 이어 2018년 신년사에서 세계적인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개발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대북 제재는 북한 경제의 숨통을 조였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붙잡고 싶어했다. 2018년 제1차 미·북 정상회담 때 호텔 건설을 제안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힘입어 김정은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2019년 1월 미국으로 보낸다. 제2차 정상회담(2019년 6월) 이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 제재로부터 ‘숨통’을 틔워달라는 SOS를 보냈던 것. 제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영변의 핵시설을 해체하는 대신 민생과 관련된 대북 제재의 해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회담은 결렬되었으며 투자는 실현되지 않았다. 수많은 어려움 끝에 북한은 호텔과 서비스 시스템을 완공하고 개장(2025년 6월)을 앞두고 있다. 김정은은 명사십리가 ‘인파십리’가 될 것을 장담한다. 향후 매년 500만~1000만 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생각이다. 트럼프가 솔깃한 제안을 해올 경우, 그리고 그 제안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김정은은 명사십리에 트럼프 타워가 솟아오르게 하지 않을까?
트럼프와 김정은의 관계 개선은 남북관계에 숨통을 트는 것이다. 남한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금강산을 포함, 원산·갈마 해안관광 휴양지로 사람들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곳은 공중과 해상을 통해, 육로를 통해 빠른 접근이 가능하다. 동해 북부선과 연결하면 금상첨화다. 북한 체제에도 영향을 덜 받는 곳이다. 어쩌면 이 지역이 남북 사이의 자유 왕래 첫 지역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 이곳을 다른 나라와 같이 자유롭게 다녀올 수 있도록 하자. 그 외 정치·군사적인 문제 등은 상호 협의·조정하면 된다.
생각해 보라. 한 해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한을 찾는 날이 오면, 북한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 개방되어 있을 것이다. 마음을 먹으면 수시로 갈 수 있는 곳. 그래야 최고의 관광지다. 미국이나 유럽은 12시간 넘게 가지 않는가. 평생 한두 번 가는 정도다. 금강산~갈마·원산 관광 휴양지를 여행 가시권에 두고 있는 사람들만 해도 수억 명이 넘는다. 세계 여행객 십 분의 일이 중국인이다. 트럼프가 말한 ”대포를 쏘는 대신 세상에서 가장 멋진 호텔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