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일 대표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톱-티어로 한 단계 더 도약”
한상윤 IR 담당 전무 “지금 투자 기회를 놓치면 뒤로 밀려”

‘전략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리더십 아래 한화가 해외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사업 역량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방산 시장 영역 확장을 주도하는 한편, 직접 상선··해양·방산 등 핵심 사업의 체질 개선과 수익성 강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국내외 투자를 단행한다. 투자 재원은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마련한다. 해외 지상방산, 조선해양, 해양방산 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한화에어로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증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이번 유증은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신주 발행 가액은 60만5000원(예정)이다.
한화에어로는 이번에 확보하는 자금 중 1조6000억 원을 현지 공장 설립 등 해외 지상방산 거점 투자와 방산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에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유럽과 중동 등에선 단순 구매보다 현지 생산을 조건으로 하는 협력 모델을 선호하는 만큼, K9 자주포를 비롯한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대공방어시스템, 탄약(추진장약) 등 차세대 핵심 제품군의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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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추진장약(MCS) 스마트 팩토리 시설 및 주요 방산 사업장 설비 및 운영 등에 9000억 원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해양방산·조선해양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 8000억 원을 각각 투자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거제 옥포 조선소-미국 필리 조선소-싱가포르 다이나맥 조선소를 연계한 ‘멀티야드’ 전략을 실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호주 오스탈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올 초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국 조선업 부흥과 해군력 증강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현지 조선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 역시 수상함, 지원함을 중심으로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한다.
무인기용 엔진 개발 시설에도 3000억 원을 투자해 양산 역량을 확보한다. 독자적인 무인기용 엔진 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무인기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항공엔진 기술의 자립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인 방산 수요가 예상되는 유럽, 중동, 호주, 미국 등지에 전략적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2035년 연결 기준 매출 7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규모의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성장한단 목표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이사는 “성장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지속적인 이익 및 기업가치의 증대로 이어졌던 것처럼 전략적인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톱-티어로 한 단계 더 도약해 다시 한번 기업가치의 퀀텀 점프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한상윤 한화에어로 IR 담당 전무는 이날 유증 발표 뒤 열린 기업설명회 컨퍼런스콜에서 “지금 투자 기회를 놓치면 지금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려버린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며 유증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업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고, 오히려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이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주주들께 양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한 전무는 해외방산 투자와 관련 “중동과 유럽에서 직접적인 시설 투자, 지분 투자, 조인트벤처(JV) 설립 등 다양한 형태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조선 분야 투자에 대해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조선소 지분 인수나 시설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증자 규모가 크고 1999년 이후 첫 유증인 점을 고려해 중점심사 대상으로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에 이어 금융감독원의 두 번째 유증 중점심사다.
금감원은 “최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화에어로가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증을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회사가 계획한 일정에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단기 집중심사 및 대면 협의 등 최대한의 심사역량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이 투자 결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최대한 빨리 심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