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글로벌 안보 경쟁
죽었던 일본, 소부장으로 살아난다
‘글로벌 사우스’ 시장 개척해야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방산 등
강력한 포트폴리오로 위기 극복해야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이 최근 글로벌 경제 안보 경쟁이 심화하는 흐름 속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사장은 21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제10회 ‘소부장미래포럼’에서 ‘글로벌 변화 속에서 찾는 새로운 기회 소부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안보라는 이름 아래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공급망 안정화와 제조업 경쟁력 확보는 이제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최근 수년 동안 주요 국가들이 ‘안보’를 목적으로 하는 법과 정책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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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출통제법(2020년 제정), 관세법(2024년), 이중용도품목 수출통제조례(2024년), 일본의 경제안전보장추진법(2022년 제정, 2024년 시행) 등이다.
유럽연합(EU)는 유럽경제안보전략(2023년), 핵심원자재법(2024년),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는 올해 1월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투자정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2019년에 제정했다. 국내 경제 관련 법 중에 처음으로 ‘안보’라는 단어가 목적 조항에 포한된 법이다. 이 역시 국제 통상 환경의 변화와 전 세계의 안보 경쟁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강 사장은 “법 명칭에 '공급망 안정화'가 들어간 것도 상징적”이라고 언급했다.

강 사장은 “중국의 제조업 비중이 세계 생산의 40%를 넘어서며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고,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며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며 “경제 안보의 핵심은 제조업, 그 안의 중심은 공급망이며 공급망의 핵심은 소부장”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의 산업 재무장 움직임도 경계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는 “일본의 제조업은 이미 죽었다. 그러나 강한 소부장 생태계로 버티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에 위치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공장 설립에 1조 원 넘는 보조금을 투입하며 2년밖에 안 되는 시간에 공장을 완성했고, 이렇게 잃어버린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디지털 전환(DX), 그린 전환(GX)을 기반으로 정부-기업-지자체가 빠르게 움직이며 제조업 부활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사장은 “한국 제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새로운 통상 기조 역시 주목할 부분으로 꼽았다. 강 사장은 “미국은 자국 중심의 제조업 부흥, 에너지 자립, 상호관세 부과 등의 정책 기조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비차별적 대우를 주장해왔지만, 상호관세는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게임”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인도·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도 주목했다. 그는 “세계 인구의 63%가 글로벌 사우스에 있고 이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6.4%에 달할 것”이라며 “우리 수출이 미국·중국·EU에 집중된 만큼,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글로벌 안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일본의 추격이 빠르지만, 우리나라 제조업의 강한 경쟁력의 바탕으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전방위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몇 안 되는 국가”라며 “미국에 이 모든 것과 LNG, 배관, 방산 등 모든 것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제조업 부흥에 부응할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며, 우리에게 계속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과거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도 산업을 일으킨 DNA를 다시 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