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경쟁력 회복 등 내실 다지기 집중

삼성이 그룹 창립 87주년을 맞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이후 세 번째 맞이하는 창립 기념일이기도 하다.
삼성은 예년처럼 별도의 행사나 메시지 없이 조용하게 주요 현안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특히 그룹 맏형인 삼성전자가 올해를 ‘근원적 경쟁력 회복의 해’로 삼겠다고 공언한 만큼 무엇보다 기술력 재건에 초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하게 창립 87주년을 맞았다. 삼성 그룹 창립 기념일은 원래 그룹 모태인 삼성상회가 세워진 3월 1일이다. 그러다 1987년 3월 22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 이날을 창립 기념일로 새롭게 정했다.
다만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에는 삼성물산 설립일로 그 의미가 축소됐다. 현재는 계열사별로 창립 기념일을 달리 챙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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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1969년 1월 13일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로 출발했지만, 1988년 11월 1일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를 합병하면서 이날을 창립 기념일로 정했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매년 수원사업장에 모여 기념행사를 연다. 지난해 창립 55주년 행사에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 등 경영진 및 임직원 400여 명이 참석해 기술 리더십 재건 등 의지를 다졌다.
무엇보다 그룹 맏형인 삼성전자의 위기가 지속하면서 그룹 전반적으로 축하 행사 등을 자제하고, 반성 및 내실 강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둥사업인 반도체 사업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만큼 기본으로 돌아가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목표다.
전 부회장은 19일 열린 제5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시장에 대해 초기 대응이 조금 늦었다. 그것 때문에 주력인 메모리 수익성이 늦어졌다”며 “작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세대 제품을) 차질없이 계획대로 개발하고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역시 최근 삼성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전하며, ‘독한 삼성인’이 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삼성 그룹 계열사들 역시 올해 자화자찬보다는 기술 초격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는 19일 열린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사즉생’ 발언을 언급하며 “치열한 경쟁에서 독하게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을 시의적절하게 한 것”이라며 “저 역시도 누군가가 뒤에서 칼을 꽂는 듯한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독하지 않으면 죽고,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말했다.
이어 “독한 삼성인이 되자'는 주문은 신입사원부터 사장까지 다 새겨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