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한화에어로', 조단위 대기업 유상증자에 투자자 불만↑…성장동력 vs 불필요

입력 2025-03-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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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RD캠퍼스에서 열린 방위사업청_주관 제7회 다파고(DAPA-GO) 소통간담회에서 첨단 AI∙무인화 체계 개발 현황 및 기술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RD캠퍼스에서 열린 방위사업청_주관 제7회 다파고(DAPA-GO) 소통간담회에서 첨단 AI∙무인화 체계 개발 현황 및 기술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다.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며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주가 급락에 따른 시장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유상증자를 중점적으로 점검해 주주 피해를 막기로 했던 금융감독 당국이 대기업에 대해서는 느슨한 잣대를 제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개장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일보다 15% 넘게 하락해 60만5000원 선을 기록한 뒤 64만2000원 선에서 윰작이고 있다. 연초 32만6000원이던 주가는 올해 들어 2배 넘게 뛰었다. 지난달 역대 신고가 78만1000원과 비교하면 140% 상승한 수준이었지만, 주가에 악재가 덮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이사회를 열고 약 3조6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지배구조개편 진행 중인 한화 주가가 연이은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 일부 불안이 제기됐지만, 예상에 없던 기습 발표라는 평가다. 이는 역대 국내 유상증자 중 최대 규모에 속한다.

앞서 14일에는 삼성SDI가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해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일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냉랭한 반응을 보이자 최주선 삼성SDI가 뿔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전일 약 2억 원 규모(1000주)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금조달 수단인 유상증자는 향후 설비투자 계획 또는 미래 사업동력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동안 국내 자본시장에서 증자를 택하는 기업들은 기업 신사업 투자보다 운영자금, 채무상환 조달 등을 목적으로 단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기존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의 지분 희석 피해가 뒤따른다는 점이다. 현 주가에 할인율을 적용해 낮은 가격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는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코스피 저평가) 해소의 장애물로 평가받았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기업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코스닥 기업들을 중심으로 유상증자를 대거 발표했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진행하면서 무려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발표해 시장의 분노를 샀다. 이수페타시스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마련 방식을 택한 데 대해 '굳이 불필요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삼성증권, 다올투자증권, DS투자증권 등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리기도 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유상증자에 대해 "매각 가능한 자산이 있음에도 자기자본 펀딩 방식을 취한 점은 투자자 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라며 "당분간 주가에 다운사이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시선은 더 따갑다. 부진한 배터리 사업으로 고전하던 삼성SDI와 달리, 최근 폴란드, 루마니아 등 군비 확장 중인 유럽 국가들과 잇달아 수주를 체결하며 호실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결 영업이익 3조5000억 원과 이후의 꾸준한 이익으로 투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유상증자를 자금조달 방식으로 택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기업 유상증자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주가치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달 유상증자 관련 ‘중점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주식가치 희석화 우려', '일반주주 권익훼손 우려' 등 심사 방식을 엄중히 정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증권신고서 제출도 전에 긍정적인 평가를 제시하고 있어 대기업에 한정해 후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이번 삼성SDI의 투자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삼성그룹의 이니셔티브와 관련한 리더십을 저희 당국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도움을 드리겠다"는 말했다.

금감원은 전날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해 “최근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화에어로가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유상증자 단행이 한화그룹의 승계 작업에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를 중심으로 경영승계에 대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한화 3남이 최대주주인 계열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비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장가가 많이 올라서 공개매입으로 지분비율을 늘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유상증자가 가장 손쉬운 방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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