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유럽과 캐나다에 향후 수년 내에 무기와 군사 장비 물량을 약 30% 늘리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나토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설정된 군사 역량 목표를 업데이트하는 것을 현재 논의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이날 유럽 군사 강국들이 현재 나토의 안보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군사·재정 역할을 5∼10년에 걸쳐 넘겨받기 위한 계획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토 국방장관들이 이를 바탕으로 6월 초에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합의안을 채택할 계획이다. 이후 같은 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연례 정상회담 전에 이를 미국에 제안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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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고위 관계자는 유럽과 캐나다가 무기ㆍ군사 장비 비축량 30% 확대 목표를 달성하면 나토 내에서 훨씬 더 강력해지고 미국에 덜 의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를 위해서는 5~1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구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나토를 통해 유럽에 제공했던 ‘안보 우산’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이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백악관 회담 파행 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ㆍ정보 등의 지원을 중단하면서 더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서방 침공 위협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나토 동맹국들은 이제 미군이 인도ㆍ태평양 지역으로 우선순위를 이동함에 따라 유럽 내 미군 병력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음으로써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비난했으며, GDP의 5% 수준으로 방위비를 늘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미국의 나토 탈퇴 등 유럽 안보 지킴이 역할에서 물러설 가능성까지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은 현재 나머지 나토 동맹국들의 지출을 다 합친 것보다도 많은 국방비를 부담하고 있다. 또 유럽연합(EU)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나토에 속한 EU 23개 회원국의 전체 방위비는 GDP의 1.99%에 그쳤다. 단 트럼프가 요구하는 GDP의 5% 방위비는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심지어 미국조차도 이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아울러 유럽에서는 미국 없이도 안보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자강론은 확산됨에 따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국방비 지출 확대를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 역시 군사 분야 투자 속도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내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4일 최소 8000억 유로(약 1229조 원)에 달하는 일명 ‘유럽 재무장 계획’을 27개 회원국 정상에게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