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머리와 쇄골 사이에 말하고 숨 쉬는 기관들이 모여 있다. 이 부위에 생기는 암을 통칭하는 두경부암은 호흡, 음식 섭취, 발성 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부학적으로 두경부는 쇄골과 폐의 상부에서 두개저까지의 부위를 지칭한다. 두개저는 두개골의 바닥 부분으로 뇌를 받쳐주는 머리뼈다. 두경부암은 △구강에 생기는 구강암 △목구멍에 생기는 인두암과 후두암 △식도 입구에 해당하는 하인두암 △코 주변에 발생하는 부비동암, 비강암 △귀밑과 턱밑에 생기는 침샘암 등이 대표적이다.
흡연과 음주는 두경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12~15배 높은 것으로 추계되며, 흡연과 음주를 함께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최근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와 연관된 두경부암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두경부암의 일종인 구인두암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경부암의 초기 증상은 암 발생 부위에 따라 다르다. 구강암은 입술, 잇몸, 혀 등에 단단한 덩어리가 생기거나 오래 지속되는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을 씹거나 삼킬 때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구강암 중 가장 흔한 설암은 혀에 궤양이 생기고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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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주변이나 턱 아래에 혹이 만져진다면 침샘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비인두암은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코막힘,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후두암은 쉰 목소리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점차 심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만약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고, 목에 이물감이 들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먼저 이학적 검사를 실시한다. 전문의가 시진, 촉진, 타진, 청진 등으로 환자의 이상 유무를 판단한다. 이와 함께 코와 입을 통한 내시경으로 의심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등 영상의학, 핵의학 검사와 세침흡인검사, 조직 검사 등을 통해 확진한다. 세침흡인검사는 얇은 바늘로 병변의 세포를 소량만 채취해 진행하는 비교적 안전한 검사인데, 암을 감별하는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두경부암 치료의 기본 원칙은 수술로 종양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이다. 다만 두경부에는 먹고 말하고 호흡하는 기관들이 모여 있어 암의 제거는 물론 기능의 보존과 재건 수술 가능 여부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전후로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재발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피해야 한다. 구강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녀 모두 젊은 나이인 12~26세에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해당 바이러스와 관련된 구인두암과 구강암의 발생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권순영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두경부 대부분을 차지하는 목 부위는 매우 좁고 중요한 혈관과 신경들이 지나는 통로이기에 굉장히 섬세한 수술이 필요하다”라며 “절제 범위를 결정하는 데에도 의사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혀에 암이 생겼을 때 넓게 절제하면 재발률은 낮아지지만 환자의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암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되면 수술 과정에서 상당한 조직 결손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재건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라며 “후두암으로 후두를 절제하면 인공 성대를 삽입해야 하고, 하인두암으로 인두를 제거하면 피부를 절개해 인두 형태를 만든 후 이식하는 재건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건 수술 후 대부분 환자가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지만, 삼킴 장애나 발성 장애, 조음 장애 등을 극복하기 위한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