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건넨 '지속가능발전' 배지…환경장관은 하루도 빠짐없이 찼다

입력 2025-03-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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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섭 환경장관, 두 달째 공식석상서 SDGs배지 착용
"'지속가능 아빠'로서 패용해줬으면"…청년 요청 계기
민관에 배지 의미 상시전파…국장급 이상 전원에 배포

환경부에 '17색 배지' 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의 근원은 김완섭 환경부 장관. 요즘 김 장관은 늘 왼쪽 가슴에 유엔(UN·국제연합)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 배지를 차고 다닌다.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지속가능발전 17개 목표를 각 상징색으로 표현한 이 배지는 유엔이 10년 전부터 제작·판매하고 있다. 판매 수익은 유엔 활동 지원에 쓰인다. 최근 김 장관은 환경부 고위 간부 전원에게 SDGs 배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김 장관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때는 두 달여 전인 1월 20일. 환경부 주최 '청년세대 통합포럼'이 열린 날이다. 김 장관이 20·30대 대학생, 연구원 등 20명으로 구성된 '2030 자문단', 입직 3년 이내 공무원 그룹인 환경부 '혁신어벤저스' 등 청년들과 환경정책 개선 방향 등 관련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다. 김 장관과의 간담회 도중 한 청년이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SDGs 배지 의미를 설명하고서 "우리나라 지속가능발전의 아빠 노릇을 하는 환경부 장관께서 이 배지를 패용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겠다"고 말했다. 단상 앞으로 걸어나온 청년으로부터 배지를 받은 김 장관은 "'지속가능발전의 아빠'로서 잘 차고 다니겠다"며 곧장 자신의 가슴에 달았다고 한다. 이후 김 장관은 두 달여가 지난 현재(24일)까지 배지를 찬 채 공식석상에 서고 있다.

(강동렬씨 제공)
(강동렬씨 제공)

김 장관에게 배지를 건넨 청년의 정체는 강동렬(33) 한국 유엔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사무국장. 그는 유엔이 SDGs 배지를 출시한 첫 해부터 10년 간 착용해 온 '애착 배지'를 김 장관에게 넘겼다고 한다. 강 사무국장은 통화에서 "해외의 많은 환경부 장관들은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 확산을 위해 어느 장소에서건 SDGs 배지를 패용하는 일이 많은데, 우리나라 환경부 장관은 그렇지 않아 아쉬웠다"며 "SDGs 활동가로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발전 리더' 역할을 하는 김 장관이 이 배지를 패용해 준다면 대외 인식 제고, 동기부여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싶어 이번 포럼을 계기로 말씀드렸다. 만남 이후 배지를 계속 착용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SDGs 배지는 고철을 녹여 만든 업사이클링(Upcycling·새활용) 제품이다. 배지에는 유엔이 지정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상징색이 담겼다. 각 색깔에 담긴 의미는 △모든 곳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 △모든 연령층을 위한 건강한 삶 보장과 복지 증진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 교육 보장·평생학습 기회 증진 △물과 위생의 이용가능성과 지속가능한 관리 보장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완전하고 생산적인 고용과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증진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에 맞서기 위한 긴급 대응 △대양, 바다, 해양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육상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보호·복원·증진, 숲의 지속가능한 관리, 사막화 방지, 토지황폐화 중지와 회복, 생물다양성 손실 중단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 증진, 모두에게 정의 보장, 모든 수준에서 효과적이며 책임감 있고 포용적인 제도 구축 등이다. 17개 목표 아래 169개 세부목표도 담겨 있다.

청년과의 만남을 계기로 김 장관은 'SDGs 전도사'가 됐다. 당장 김 장관이 일정을 소화할 때마다 주변에서 "이게 무슨 배지냐"고 묻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달 5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형일 통계청장 등이 김 장관의 SDGs 배지에 관심을 보인 장면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김 장관이 이들에게 SDGs 배지의 취지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는 것이 환경부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19일 서울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정책간담회에서 홍현종 KBCSD 사무총장이 "우리 회원사들도 그 배지를 달면 좋을 것 같다"고 하자 김 장관이 "제가 사비로라도 (배지를) 사드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장관 취임 후 기후위기 대응, 자연환경보전 등 지속가능발전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온 김 장관에게 SDGs 배지는 그 가치를 보다 널리, '실시간'으로 알릴 수 있는 촉매가 된 셈이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사에서 "환경부의 기본적인 사명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과 안덕근(왼쪽아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병환(맨 오른쪽) 금융위원장, 이형일(오른쪽 두번째) 통계청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 앞서 김 장관의 SDGs 배지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김완섭 환경부 장관과 안덕근(왼쪽아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병환(맨 오른쪽) 금융위원장, 이형일(오른쪽 두번째) 통계청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 앞서 김 장관의 SDGs 배지를 보며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SDGs 배지는 유엔환경계획(UNEP) 홈페이지에서 판매한다. 배지 가격은 2개 묶음에 1만2000원이다. 1개당 6000원 꼴이다. 최근 김 장관은 이병화 차관을 비롯한 환경부 국장급 이상 17명에게 배지를 나눠줬다. 적어도 환경부 고위 간부들은 SDGs 배지를 차고 업무를 보는 셈이다. 11일 유승광 환경부 대변인(국장) 정례브리핑에서는 유 대변인이 찬 SDGs 배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지를 차는 것 자체는 작은 움직임이지만 (SDGs가) 우리 부를 넘어 모두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데 공감하신 것 같다"며 "SDGs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 모두의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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