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위시가 왜 이리 잘해"…엔터사 1위 경쟁, '굿즈'가 좌우한다? [솔드아웃]

입력 2025-03-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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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직원들이 예쁜 거 못 만들면 앓는 병에 걸렸나 봐.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는 아이돌 그룹의 컴백이 속속 확정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NCT 위시도 다음 달 14일 두 번째 미니앨범 '팝팝'(poppop)을 발매, 톡톡 터지는 청량한 감성을 자랑할 예정인데요. 타 팬덤과 머글(팬이 아닌 일반인)들의 시선도 적지 않게 받고 있습니다.

NCT 위시의 컴백이 눈길을 끄는 건 머천다이즈(MD) 영향도 큽니다. 멤버 전원이 10대, 20대 초반 멤버로 구성된 NCT 위시는 'NCT 가문' 막내다운 신선하고 청량한 매력을 자랑하는데요. 노래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챌린지, 숏폼 콘텐츠 등을 활발하게 선보이면서 '젠지력'을 극대화합니다. 여기엔 MD가 더해지면서 방점을 찍죠. 최근 공개된 콘서트 MD 역시 남다른 콘셉트, 아이템으로 화제를 빚었습니다.

'굿즈'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MD는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팬덤을 겨냥한 상품을 일컫습니다. 가요 기획사가 MD를 꾸준히, 또 적극적으로 선보이는 건 단순히 팬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이 아닙니다. 사실상 MD는 회사 전체 매출의 한 축을 차지할 정도로 '되는 사업'인데요. 많은 기획사가 MD 제조와 유통, 관련 IP 제공 사업 등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죠. MD 흥행에 따라 그해 매출이 껑충 뛰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출처=NCT 위시, JYP 숍, 트와이스 일본 공식 채널, 위드뮤 홈페이지 캡처)
▲(출처=NCT 위시, JYP 숍, 트와이스 일본 공식 채널, 위드뮤 홈페이지 캡처)

위시코어가 제철…화제 빚은 MD 뭐 있나

NCT 위시는 지난해 11월부터 'NCT 위시 아시아 투어 로그 인'(NCT WISH ASIA TOUR LOG in)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포함해 마카오, 마닐라, 홍콩, 싱가포르, 타이베이, 자카르타, 방콕 등 아시아 8개 도시에서 현지 팬들과 만나 '대세돌' 입지를 굳힐 예정이죠.

여기에 다음 달 14일엔 미니 2집 '팝팝'을 발매하는데요. 이번 앨범에는 동명의 타이틀곡 '팝팝'을 비롯해 '멜트 인사이드 마이 포켓'(Melt Inside My Pocket), '디자인'(Design), '1000'(천), '실리 댄스'(Silly Dance), '만약 네가 4시에 온다면'(Still 3PM) 등 총 6곡이 수록돼 있습니다. 그간 NCT 위시가 '청량&네오' 감성을 말아주면서(?) 희망 가득한 에너지로 큰 사랑을 받아온 만큼, 신보도 맑고 경쾌한 감성, 톡톡 튀는 매력으로 팬들을 즐겁게 할 전망입니다.

콘서트와 컴백 소식이 들려오면서, 팬들의 눈은 일제히 NCT 위시의 공식 SNS 계정으로 쏠렸습니다. 각종 티저 이미지 및 영상이 뜬 건데요. 콘서트 MD 티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콘서트 MD는 공연을 앞두고 공식 채널 등을 통해 한 번에 공개되는 게 일반적인데, NCT 위시는 이에 대한 예고편부터 선보이면서 눈길을 끈 거죠.

예고편조차 '위시답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키우기 게임'을 연상케 하는 레트로한 픽셀 아트, 멤버들의 특징이 녹아 있는 귀여운 캐릭터, 웃음을 자아내는 대사까지 삼 박자가 잘 어우러진 건데요. 이후 공지된 콘서트 MD에 대해서도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게임팩 콘셉트의 포토카드 세트, NCT 위시의 인형 '위시돌' 디자인의 응원봉 커버, 줄줄이 연결할 수 있는 미니 키링, 포인트가 돼줄 키보드 키캡까지… '그 시절' 추억을 물씬 자극하는 디자인, Z세대 사이 인기를 끄는 아이템은 "팬이 아닌데 사고 싶다"는 반응을 불렀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SM엔터)가 센터제로 소속 그룹을 관리하는 만큼 "팀 위시 열일한다", "내 돌(아이돌) 센터가 배우길" 등 안타까운(?) 토로가 이어졌죠.

'NCT 위시' 하면 키링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키링 형태의 앨범 '위츄'도 미니 2집 발매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앨범인 만큼 1세대 위츄는 등을 가르면 스마트폰 등에 터치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칩이 나왔는데요. 2세대 팝츄는 아기자기한 핑크색으로 염색도 했고, 가방도 달고 있습니다. 이 가방 안에 NFC 칩이 들어 있어 더 이상 등을 째지(?) 않아도 될 거라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죠. 위츄 앨범이 여전히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이 붙어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만큼, 팝츄 앨범에 대한 관심도 벌써 뜨거운 상황입니다.

머글 사이 인기를 끈 MD는 또 있습니다. 7년여 만에 솔로 아티스트로 컴백한 빅뱅 지드래곤은 팬들의 기다림에 부응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정규 3집 '위버맨쉬'(Übermensch) 발매 기념 미디어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예약 입장제로 진행된 전시회에서는 MD존도 따로 마련해 응원봉과 한정 상품들을 선보였죠.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수 품목이 완전 품절되면서 방문객들의 절규를 불렀습니다.

MD 가운데 인기가 가장 높았던 건 역시 응원봉인데요. 지드래곤의 트레이드 마크인 꽃잎이 하나 없는 데이지 꽃을 모티프로 만들어져 남다른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플래시가 켜지거나, 응원봉을 흔드는 방향대로 빛이 회전하거나, 외부 자극에 의해 반짝이는 등 기능도 여러 개였죠. 여기에 화분처럼 응원봉을 꽂아놓을 수 있는 크래들까지 출시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지드래곤의 공식 응원봉이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고, 빅뱅 공식 응원봉인 뱅봉의 최신 버전 출시 연도가 2013년인 데다가 현재는 단종돼 공식 판매하지 않는 터라 지드래곤의 이번 응원봉은 머글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전시회에 앞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품절됐고, 21일 진행된 2차 판매에서도 20분 만에 팔려나갔죠. 전시회에서도 크래들, 응원봉 미니키링 등 관련 상품이 빠르게 품절되면서 팬들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다행히 소속사 갤럭시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응원봉은 이달 29~30일 개최되는 지드래곤의 콘서트 현장에서 판매될 예정이고, 이후에도 판매 채널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입고될 예정입니다.

JYP엔터테인먼트(JYP엔터)는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지식재산권(IP)이 담긴 캐릭터 스키주와 가상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달걀 모양의 장난감 '다마고치'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는데요. 멤버들의 캐릭터 성장을 함께하는 건 물론 키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머글 사이에서도 호평이 나왔고, 1차 예약 판매 오픈으로부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품절을 기록했습니다.

17일 컴백한 엔믹스는 조개 모양의 MP3 플레이어를 새 앨범으로 선보였습니다. 멤버 인원에 맞춘 듯 6가지 색깔로 구성돼 있었는데요. 가방에 키링처럼 달고 다닐 수도 있어 '백꾸' 트렌드에도 안성맞춤이라는 의견이 이어졌죠.

트와이스를 상징하는 캐릭터 라부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라부리는 최근 산리오 캐릭터즈와 손잡고 깜찍한 굿즈를 선보였는데요. 나연은 포챠코, 모모는 마이 멜로디, 다현은 코기뮹으로 표현되는 등 멤버들의 이미지와도 찰떡궁합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K팝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죠.

▲서울 용산구 하이브,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사옥. (뉴시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사옥. (뉴시스)

MD 판매 호조에 매출도 쑥쑥

MD 사업은 기획사에 꼭 필요한 수익원입니다. 실로 MD 부문 호조에 힘입어 역대급 매출을 기록한 기획사들도 숱하죠.

하이브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848억 원으로 같은 기간 37.5% 감소했고, 순손실 34억 원을 보이면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아티스트별 매출 비중 변화와 초기 인프라 투자에 수반되는 비용 등 영향인데요. 다만 연매출이 전년 대비 약 4% 늘어난 2조2545억 원으로 나타나면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연매출 2조 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는 창사 이래 최고 연매출 수치에 해당합니다.

여기엔 음반·음원 성장, 공연과 MD 부문 성장이 큰 공을 세웠습니다. 간접 참여형 매출 가운데 공연 부문과 MD 및 라이선싱 부문이 전년 대비 29.1% 증가한 42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성과를 낸 겁니다. 하이브 산하 아티스트들이 대규모 월드투어에 나서면서 공연 관련 MD와 응원봉 판매량이 껑충 늘어난 덕분이었죠. 그룹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그룹 멤버들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 상품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SM엔터는 지난해 영업이익은 875억 원으로 전년 1135억 원보다 22.8% 감소, 지난해 매출이 9899억 원으로 2023년 9611억 원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본업'인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 그리고 MD 및 라이선싱 등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선방한 것으로 읽힙니다. 콘서트 매출은 지난해 4분기 225억 원을 기록해 2023년 4분기 119억 원보다 88.2% 상승했는데요. 같은 기간 MD·라이선싱 매출은 지난해 4분기 5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337억 원보다 51.9% 증가했죠. MD 매출의 경우 역대 최대치에 해당합니다. 분기 평균 100억 원대를 기록하던 MD 매출은 4년 만에 분기 평군 400억 원를 바라볼 만큼 빠르게 성장했죠.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보고서에서 엔터주 대장 격인 하이브 다음으로 SM엔터를 주목했는데요. 지 연구원은 "MD와 중국 등 기업가치 재평가 테마에 가장 부합하는 게 SM엔터"라며 "비핵심 적자 자회사를 정리하고 핵심 자회사를 편입하는 데 힘입어 올해 실적이 늘어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SM엔터는 자체 판매망을 갖춘 데다가 팬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유통하고 팝업스토어를 개최하며 적극적으로 MD에 힘을 싣고 있고, 아티스트 IP를 활용해 외부 브랜드와도 활발히 협업하는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지 연구원은 "라이선싱 부가 수익 창출과 함께 아티스트 홍보 효과도 볼 수 있다"며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성장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습니다.

JYP엔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018억 원, 영업이익 1283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죠. JYP엔터의 경우 증권가 전망이 엇갈려 눈길을 끌었는데요. 어김없이 MD가 거론됐습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아티스트의 글로벌 시장 내 팬덤 확대 및 공연, MD, 광고 등 매출 다변화로 외형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라면서도 "온라인 공식몰 JYP숍을 FANS와 통합해 블루개러지가 운영할 예정이다. 외형 성장에 비해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짚었습니다.

반면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트레이 키즈와 트와이스의 대규모 월드투어를 통한 고성장 사이클이 시작되는 구간"이라며 JYP엔터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3% 높인 8만5000원으로 제시했는데요. 다만 임 연구원은 "여전히 경쟁사 대비 제한적인 MD 종류와 물량으로 잦은 조기 매진을 보인 부분이 1분기까지 지속됐다"면서 "MD 부문의 보다 공격적인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출처=세븐틴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출처=세븐틴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노골적인 돈벌이(?)·성의 없는 디자인은 역풍…"니즈 고려해주세요"

다만 잦은 출시 주기, 팬덤 니즈를 반영하지 않은 MD라면 되레 역풍을 부를 수 있습니다. 기존 제품과 크게 차별점이 없는 '양산형 MD'에 그친다면, 팬들을 'ATM'으로 본다는 걸 방증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인기 그룹 세븐틴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데뷔 10주년 기념 응원봉을 출시했는데요. 세븐틴의 공식 색인 로즈쿼츠&세레니티를 활용한 예쁜 디자인과는 별개로, 지난 응원봉이 출시된 지 약 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소비 부담을 지나치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희한한 디자인으로 팬들의 경악을 자아낸 MD도 있었는데요. 원헌드레드레이블은 그룹 더보이즈의 입술 모양 장식이 붙은 볼펜을 굿즈로 선보였다가 화제(?)가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타임머신 타고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온 줄 알았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로",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냐" 등 혹평이 나왔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매출 구조에서 MD 비중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 기획사들은 팬들을 만족시키면서도 사업 성과를 위해 더 예쁘고, 더 신선한 MD를 꾸준히 선보여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은 셈인데요. 글로벌 팬덤과 대중의 눈길을 붙들 다음 MD는 무엇이 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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