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책 반복에 새로운 내용 없어…비트코인 2% 넘게 하락
연설 전후로 AI 스캠 기승…머스크ㆍ세일러 등 유명인 사칭
“AI 기술 발전ㆍ가상자산 관심 증가 영향”…투자자 주의보

트럼프 대통령의 ‘디지털 자산 서밋’ 연설을 전후로 인공지능(AI) 영상을 활용한 스캠이 기승을 부리는 등 투자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영상 속 유명인들이 프로모션(행사)이라며 QR코드를 스캔해 가상자산을 전송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AI 기반 스캠에 유의할 것을 조언한다.
2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블록웍스 ‘디지털 자산 서밋’에서 약 3분간 연설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이자 세계 암호화폐(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연설 내용에서 시장이 주목할 만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실망감에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약 8만6000달러에서 하락을 시작해 두 시간 만에 한때 8만3000달러 선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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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일정이 미리 공개됐던 만큼,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서는 연설을 전후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자산을 탈취하려는 AI 기반 스캠(사기)이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사기범들은 블록웍스 ‘디지털 자산 서밋’과 비슷하게 제목 및 썸네일을 꾸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들이 스트리밍한 영상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나 마이클 세일러 스트레티지(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CEO 등 가상자산 업계 유명인사들이 등장해 지속해서 QR코드를 스캔을 유도했다.
가짜 영상에서 머스크 테슬라 CEO는 “QR코드를 스캔하고 웹사이트에 가서 자산을 예치하면 자산을 두 배로 만들 수 있다”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레티지(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CEO가 등장한 영상은 이보다 치밀했다. 영상 속 세일러 CEO는 비트코인의 잠재력과 스트레티지의 비트코인 비축 전략 등을 설명했지만, 발표 내용 중간마다 QR코드를 스캔해 자산을 예치하도록 유도했다. 역시 자산을 2배로 불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분석가들은 최근 AI 기반 스캠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주의를 요구했다. 특히 웹상에서 떠도는 영상을 그대로 믿거나, QR코드 등을 함부로 스캔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황효준 쟁글 리서치 연구원은 최근 AI 기반 스캠 콘텐츠가 급격히 증가하는 배경으로 AI 생성 기술의 발전과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 증가를 꼽았다.
황효준 연구원은 “첫째는 AI 생성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GPT-4, Sora 등 고도화된 생성형 AI는 실제 인물의 음성, 얼굴, 말투 등을 매우 정교하게 모사할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오픈소스 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등장으로 AI 모델 개발에 대한 진입 장벽도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가 올해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스캠 인프라 제공 플랫폼인 후이원 보증(Huione Guarantee)에서 AI 스캠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의 수익은 1900% 증가했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도 이러한 스캠 증가에 영향을 줬다. 황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가상자산 관련 규제 도입 움직임, 비트코인 리저브 행정명령 등 시장 친화적인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대중의 관심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를 노린 사기 콘텐츠가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이러한 현상은 산업이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실제 콘퍼런스나 기업 이벤트는 공식 유튜브 채널 또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서만 중계된다”면서 “시청 전에는 반드시 채널명, 구독자 수, 기존 영상 이력 등 공식 채널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구글 등 검색 엔진 상위에 노출되더라도 스캠 사이트인 경우가 간혹 존재하는 만큼, 쟁글, 디파이라마, 코인마켓캡(CMC), 코인게코 등 프로젝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사이트를 이용해 검증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