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거래 잔고 급증ㆍ과거 공매도 잔고 많았던 업종 주의
금융당국, 중앙점검시스템(NSDC)도 도입…무차입 공매도 방지

오는 31일부터 공매도가 전면 재개된다. 2023년 11월 초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고,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재개는 2020년 3월 이후 5년 만이다. 증권가에서는 대차거래 잔고가 급증하거나, 고평가된 종목들이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대차잔고가 대폭 늘어난 로봇·화학 ·철강 업종은 각별히 주의해야할 종목으로 꼽힌다.
23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재개 1주일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단 기간에 공매도가 몰리는 종목의 주가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空)'매도란 보유하지 않은 종목에 대해 매도 주문을 내는 거래 방법이다.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증권가에서는 대차거래 잔고가 늘어나거나 고평가되고, 과거에 공매도가 많이 이뤄졌던 종목을 중심이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매도가 몰리는 종목은 급락 할 수 있는 만큼 자칫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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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차잔고는 9억691만7000주로 한 달 전(8억2211만7000주) 대비 10% 늘었다. 금액으로 보면 43조3635억 원에서 47조3042억 원으로 3조9400억 원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대차잔고도 10조4334억 원에서 10조5324억 원으로 990억 원 늘었다.
대차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온 뒤 아직 갚지 않은 물량을 뜻한다. 국내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공매도를 위해서는 대차거래가 필수다. 때문에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최근 로봇, 화학, 철강 등 업종 중심으로 대차잔고가 대폭 늘었다. 전진건설로봇 대차잔고는 한달 새 3억4000만 원에서 60억1500만 원으로 18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티로보틱스 대차잔고도 4억9200만 원에서 58억7200만 원으로 12배 수준으로 늘었다. 화학주인 그린케미칼과 애경케미칼 대차잔고도 한달 새 각각 444%, 326% 늘었다. 동양철관과 하이스틸 등 철강업종 대차잔고는 각각 392%, 250% 증가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차잔고의 증가 종목이 공매도 대상 종목의 전제조건인 만큼 적어도 올해 2분기에 공매도 대상 종목을 추정하는 것은 밸류에이션이나 수익률보다 차입물량의 증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선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실적 대비 과도하게 상승한 기업 및 성장주의 경우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공매도 재개 시에도 단기적으로는 지수 하락과 업종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 공매도 잔고 많았던 종목이나, 고평가 업종도 주의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직전 거래일인 2023년 11월 3일 기준 코스피 공매도잔고 비중 상위 종목에는 이차전지, 화학, 관광 관련 종목이 대거 차지했다. 이밖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높아 기업가치보다 고평가받는 종목 중 이익 전망이 어두운 종목이 공매도 재개 시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로봇, 화학 업종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한편,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 개인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 기관과 개인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90일로 통일하고 담보 비율을 현금 기준 105%로 동일하게 설정했다. 기존에는 기관투자자는 대차거래 상환기간이 특별히 정해지지 않은 반면, 개인투자자는 대주 서비스 상환기간이 90일로 한정돼 불공정 논란이 있었다.
또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등은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해 중앙점검시스템(NSDC)도 도입했다. 공매도 투자를 하는 기관은 잔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매도 시 잔고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