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예정 자산 3조 원 돌파
미래 성장동력 집중… 반도체·배터리·바이오에 투자 확대

SK그룹이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그룹 내 사업 최적화를 위한 리밸런싱 작업을 본격화한 지 1년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기조로 비핵심 및 중복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종속회사 수가 크게 감소했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매각도 진행됐다.
24일 SK㈜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연결대상 종속회사 수는 649곳으로, 전년(716곳) 대비 67곳(9.4%) 줄었다. 지난해 195개 신규 편입과 51개 제외로 144개 순증했던 것과 대비되는 변화다. 올해는 106개가 줄고 39개가 늘어나면서 종속회사 감소 폭이 뚜렷해졌다. 특히 지난해 매각 예정 자산 및 관련 부채 규모가 3조1238억 원으로 전년(1조3471억 원) 대비 2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SK그룹이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불필요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리밸런싱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SK㈜ 종속회사 수는 2018년 260개에 불과했으나 2023년 716개로 3배 정도 불어났다. 그룹이 반도체, 배터리, 수소에너지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다. 하지만 계열사 수가 지나치게 많아 중복 투자와 비용 낭비 문제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SK그룹은 지난해 고강도 리밸런싱 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 재무구조 및 사업구조 강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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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지난해 그룹 에너지 부문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알짜’ 비상장사인 SK E&S 합병을 단행해 매출 105조 원 규모의 거대 법인을 만들었다. 그룹 에너지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이자 배터리 계열사인 SK온의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이다.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의 합병을 통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버텨 낼 체력도 키웠다.

최대한 많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매각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한앤컴퍼니와 체결한 SK스페셜티 매각을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매각가는 2조7000억 원으로 거래가 마무리되면 유동성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네트웍스는 보유했던 SK렌터카의 지분 모두를 8200억 원에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매각했다.
외형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조직 분위기도 쇄신했다. SK그룹의 올해 신규 선임 임원은 총 75명으로 전년 대비 7명 줄었다. 2022년 164명, 2023년 145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으로 슬림화됐다.
또 SK그룹은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현안을 공유하는 정례회의 격인 전략글로벌위원회를 1년 넘게 격주 토요일에 진행 중이다.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올해부터 매주 토요일 임원들이 모여 전략글로벌회의 내용과 최근 이슈 등을 공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그룹의 이러한 리밸런싱 작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둔화, 고환율 등 대외 환경이 불안정한 가운데, 대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나서는 것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작년에 이어 올해도 리밸런싱 및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운영개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는 우리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만큼 불편하고 힘들 수 있지만, SK 고유의 ‘패기’로 끈기 있고 집요하게 도전하며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협업한다면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시작된 ‘O/I 1.0’이 비용을 줄여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었다면, 현재 진행형인 ‘O/I 2.0’은 제조나 마케팅 등 운영 역량을 제고해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둘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