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계대출 관리 '오락가락'…은행권 혼란 가중

입력 2025-03-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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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내려야” 한달 새 관리 강화 전환
주담대 조건 은행별 제각각…소비자도 혼란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21일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금융당국이 한 달 새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로 돌아서면서 은행권과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25일 주요 시중은행을 소집해 토지거래허가제 확대·재지정 이후 시장과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추가 대책을 논의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19일 서울시, 관계 부처의 토허제 확대·재지정 이후 월별·분기별 가계대출 관리에 더해 서울 주요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별 모니터링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 주요 지역에는 주택담보대출 취급 점검도 강화한다. 토허제 대상에서 빠진 마포구·성동구·강동구 등에 풍선효과가 나타날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가계대출은 다시 조이고 있다. 이달 17일 금융위 주재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권대영 사무처장은 “3월 이후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권 스스로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하 가운데 일부 지역에 대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자금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살린 금융사 자율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이는 앞선 금융당국 수장들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와 반대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은행권의 자율적인 관리를 강조했으나 사실상의 대출 억제를 요구한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월례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기본적으로 시장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년에는 가계부채 관리라는 측면도 있었지만, 이제는 (기준금리를) 반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그간의 금리 인하 효과가 우리 경제 곳곳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며 은행권 가산금리 추이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정책에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도 들쑥날쑥이다. 큰 틀에서 다주택자·갭투자 신규대출을 막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기조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에 대한 세부 조건들은 복잡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29일부터 전 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막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선 1주택자까지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10일부터 무주택자에게만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허용했다. 2월부터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면 대출을 실행해주고 있다.

하나은행은 27일부터 다주택자에 서울지역 주택구입 목적 신규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갭투자를 포함한 투기성 수요 억제를 위해 서울 지역 조건부 전세자금 신규 대출도 내주지 않을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28일부터 1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및 용산구 소재 주택 구입 목적 신규 주담대 취급을 중단한다.

전세자금대출 조건도 은행별로 다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 3일부터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등의 전세자금대출을 막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부터 기존 주택 처분과 선순위 채권 말소·감액 조건부 대출만 허용했다.

하나은행은 27일부터 서울에서 다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선순위 채권 말소·감액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처음 중단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2일부터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하지 않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1일부터 서울지역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은행마다 천차만별인 대출 정책에 소비자들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정책이 바뀔 때마다 상담객이 늘어나는 편”이라며 “정부의 대출 관리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탓에 정말 헷갈린다는 민원이 은행 창구를 통해 많이 접수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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