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미세플라스틱, 너무 두려워할 이유 없다

입력 2025-03-2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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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과학발전 따라 검출량 늘어났지만
WHO, 인체 유해성 확인하지 못해
과장된 공포 따른 산업위축 경계를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공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을 앞세워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얄팍한 정수기 광고도 있다. 크기가 5mm보다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강·호수·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었다. 그런 미세플라스틱이 이제는 수돗물은 물론 생수와 우리가 숨쉬는 공기에서도 검출된다고 한다. 생수병을 여닫거나, 얼리거나, 재활용하면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고 야단법석이다. 비닐로 포장된 팽이버섯을 포장째 썰기만 해도 팽이버섯이 미세플라스틱 범벅이 돼버린다는 억지 보도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이제는 우리 몸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물·공기·식품에 들어있는 크기가 150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보다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호흡기·소화기 내벽에 있는 상피세포의 포식작용을 통해 몸속으로 흡수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뇌로 올라가는 대동맥에 있는 혈액뇌장벽을 통과해서 뇌 조직까지 침투할 수도 있다. 실제로 뇌·폐·심장·태반·고환은 물론 모유(母乳)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는 보고가 속속 알려지고 있다. 사망자의 뇌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이 지난 5년 동안 50%나 늘어났다는 소식도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독성에 대한 어설픈 정보가 넘쳐난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뇌 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최대 5배까지 많았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상관성(相關性)’이 반드시 ‘인과성(因果性)’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치매 환자의 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반드시 환자가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치매에 걸렸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뜻이다.

혈관에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된 사람은 심장마비나 뇌졸중의 위험이 늘어나고 사망률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에는 배양 과정에서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는데도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항생제 내성이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자칫하면 미세플라스틱이 소비자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제2의 발암물질로 알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함부로 버린 플라스틱이 세월이 흐르면서 갈라지고 쪼개져서 만들어지는 미세플라스틱이 반가울 수는 없다. 플라스틱만 부서지는 것이 아니다. 나무의 목질(木質)이나 수지(樹脂)를 구성하는 셀룰로스나 녹말(전분)과 같은 생체고분자도 부서지고, 흙이나 모래의 실리카(규산염)도 잘게 부서진다. 목질이나 실리카도 150마이크로미터보다 작게 부서지면 우리 몸속으로 흡수되어 축적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존재가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고작 20년 전이었다. 영국의 과학자 리처드 톰슨의 유별난 관심 덕분이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에 대해서 7000여 편의 학술논문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 않았다.

더욱이 플라스틱은 자연환경에서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플라스틱이 화학적으로 반응성이 매우 낮은 저독성 물질이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입장이다. 어쨌든 미세플라스틱을 한 개라도 먹으면 당장 치매와 심혈관계 질환에 걸리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발암물질에 한 번 노출되었다고 반드시 암을 걱정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세플라스틱의 개수에 대한 정보도 경계해야 한다.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2017년 해양수산부가 연안의 바닷물에서 발견한 리터당 평균 6.6개의 ‘미세플라스틱’과 생수에서 검출된 리터당 24만 개의 ‘나노플라스틱’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나노플라스틱은 크기가 1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것이다. 미세플라스틱 1개가 분해되면 무려 125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만들어진다. 결국 생수 1리터에서 검출된 나노플라스틱의 총량은 미세플라스틱 1개의 0.2%에 지나지 않는다.

일회용으로 생산한 생수병이나 플라스틱 숟가락·포크의 재활용을 미세플라스틱 때문에 무작정 포기할 이유도 없다. 물론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장에서의 일회용품 재활용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품의 재활용은 사정이 다르다. 개인적인 일회용품 재활용은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 생수병이나 표면이 매끄럽게 가공된 플라스틱 숟가락·포크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할 가능성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함부로 환경에 배출한 일회용품에 의한 환경 오염을 걱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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