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영향 철강·자동차 가장 부정적
“한미 전략산업 협력 확대해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촉발된 관세 전쟁과 내수부진으로 인해 제조기업들의 올해 2분기 체감경기 지수가 부정적인 전망을 나타내면서 먹구름이 짙어졌다. 특히 철강, 자동차는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 업종 중 가장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10곳 중 4곳의 제조기업들은 지난해보다 올해 매출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113개사를 대상으로 ‘2025년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전 분기(61)대비 18p 상승한 ‘79’로 집계됐으나, 기준치(100)에는 크게 못 미쳤다. BSI는 지수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체감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부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71), 중견기업(83), 중소기업(79)으로 모두 지수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노출도가 높아 관세 등 대외 정책 변화에 민감한 대기업의 체감경기지수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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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업종별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철강, 자동차 등 직접 영향권에 있는 업종의 부진이 두드려졌다. 철강의 2분기 전망 BSI는 59로 전방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이 누적된 상황에서 관세 인상, 저가덤핑 등 악재가 쌓이며 2분기 연속 60 이하를 기록했다. 자동차 업종도 74를 기록하며 미국·EU 중심 무역장벽 강화,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 심화로 수출여건이 악화되며 체감경기가 침체된 흐름을 보였다.
수출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업종은 트럼프 집권 이후 대중국 수출통제가 강화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도 지속되며 BSI 전망이 87로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품(97) 업종은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로 인한 대중 수출 회복전망과 함께 올해 초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다소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보합세를 기록한 의료정밀(100) 업종도 중국의 내수진작책에 따른 미용·의료분야 소비 회복 기대감에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대내외 불안요인이 지속하면서 올해 매출실적에 대한 기대도 낮췄다. 제조기업 10곳 중 4곳(39.7%)은 올해 매출 목표치를 지난해 매출목표 수준보다 낮게 설정했다. 이 가운데 목표로 설정한 매출수준이 전년 대비 10% 이상 크게 하락한 기업도 9.6%로 적지 않았다.
올해 투자 계획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목표치를 설정한 기업이 47.4%로 가장 많았다. 다만 지난해보다 투자계획을 하향 조정한 기업이 36.6%로 상향 조정한 기업(16%)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사업실적에 영향을 미칠 대내외 리스크로 ‘내수경기 부진’(59.5%)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40.2%)을 가장 많이 응답했다. 이어 ‘트럼프發 관세정책’(34.8%)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21.8%)을 지목한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미국의 관세압박에 대응해 기업들은 협력 가능성이 높은 조선,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서 투자와 성과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하고, 정부와 국회는 미국 연방정부를 비롯한 지역 의원들과도 외교채널을 구축해 적극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수·투자 활성화를 위한 보다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을 실시하고,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제조업 기반 서비스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보호무역 기조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