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 업계 숙원으로 꼽힌 복수의결권주식 제도가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과세특례가 적용되면서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1분기까지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없었다.
24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3월까지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결정한 기업은 0곳이다. 복수의결권주식 제도가 2023년 11월 도입된 이후 2곳만 주식을 발행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복수의결권주식 제도는 외부 투자를 받으면서도 창업자의 철학, 경험, 비전을 유지해 벤처기업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할 것으로 기대됐다. 제도가 도입되면 많은 기업이 앞다퉈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처음으로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은 박진수 대표의 리더십을 통해 올해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콜로세움은 글로벌 46개소 이상의 물류센터 네트워크,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물류솔루션 ‘콜로(COLO) AI’, 물류전문가 FD를 기반으로 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미국, 동남아, 일본 등 글로벌 물류센터를 10개 이상 추가 확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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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일부터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따라 양도소득세 납부 시점을 ‘복수의결권주식의 보통주 전환’ 이후로 과세 이연하는 내용의 과세 특례가 적용됐다. 창업주가 경제적 상황에는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는데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뒤따르는 기업의 탄생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과세이연으로 요건이 완화됐음에도 추가 도입 기업이 없다는 것은 여전히 문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는 누적 투자 100억 원, 마지막 받은 투자가 50억 원 이상이어야 하고, 이로 인해 창업주 의결권 비중이 30%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제도 시행 직후 벤처기업협회 설문에서는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의사가 있는 기업 155개 사 중 지분하락, 투자유치 금액 요건 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기업이 75.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업계에선 제도 도입 2년 차에 접어든 만큼 허들에 대한 부분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복수의결권주식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는 기업들이 꽤 있지만, 요건을 맞추는 게 까다롭다 보니 실제로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완화를 다시 논의해 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조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탄핵 국면으로 인해 투자가 위축된 상황이 다소 해소되고, 지난해 실적이 정리된 4월 이후 차차 도입 기업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가 오면 정부 컨설팅을 받는 등 정중동 하던 기업들이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결정할 것이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