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늘고, 신규 상장 줄어
스팩주 부진…IPO 준비기업, 차라리 직상장을
전문가 "신규 상장보다 기존 스팩 효율적 활용 방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하거나 신규 상장한 사례는 크게 줄어든 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스팩은 늘어나며 투심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전문가는 신규 상장 스팩보다 기존에 상장된 스팩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한 스팩은 DB금융14호스팩, 키움히어로제1호스팩 2곳이다. 각각 1월 3일, 2월 27일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했다. 지난해 총 14개 스팩이 예비심사를 신청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이마저도 DB금융14호스팩은 2월 10일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같은 기간, 신규 상장한 스팩은 지난해 8개였지만 올해는 2개에 그쳤다. 물량도 적지만 주가도 부진하다. 지난해 이맘때에 상장한 스팩주는 첫날부터 급등을 거듭하며 흥행한 바 있다. 반면, 올해 상장한 유안타제17호스팩과 한화플러스제5호스팩은 이날 기준, 모두 공모가를 밑돌았다.
스팩 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여러 스팩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거나 수순에 돌입했다. 신한제10호스팩은 이날이 합병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 제출 기한으로,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게 된다. 같은 이유로 유안타제10호스팩, SK증권제8호스팩 등은 관리종목에 지정됐으며, 유안타9호스팩과 삼성스팩6호 등은 상장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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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합병 상장 과정에서 결정을 철회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신한제10호스팩은 지난해 10월부터 콘택트렌즈 제조기업 비젼사이언스와 합병을 추진해 왔지만, 내부 사정으로 예비심사 과정에서 합병상장 예비심사를 철회했다. IBKS제20호스팩 또한 생활 플랫폼 기업 영구크린과의 합병 진행 과정에서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를 취소했다.
스팩을 통해 우회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스팩 합병으로 증시에 데뷔한 기업은 블랙야크아이앤씨, 에르코스, 에스엠씨지 총 3곳이다. 이날 기준으로 블랙야크아이앤씨와 에르코스 주가는 기준가를 밑돌고 있고, 에스엠씨지 주가만 유일하게 기준가를 소폭 상회한 채 거래되고 있다.
이에, 스팩 합병 상장을 포기하고 직상장에 도전한 기업도 등장했다. 인공지능(AI) 솔루션 전문기업 피아이이는 2023년부터 꾸준히 '메가 스팩(공모금액이 수백 억 원 대인 스팩)'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추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한 끝에 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회사는 주관사를 변경한 뒤 직상장으로 노선을 바꿔 지난달 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현재 공모가 대비 2배 가까이 오른 채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는 스팩 시장이 상장 경쟁에서 벗어나, 옥석 가리기를 하며 숨을 고르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신규 스팩 상장 예비심사 청구가 작년 1분기 대비 올해 크게 줄었는데, 새로운 스팩 상장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 상장된 스팩의 효율적인 활용에 조금 더 방점을 찍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한다"라며 "스팩 분산 투자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