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 지지율 20%p 넘게 회복
보수당, ‘캐나다 퍼스트’ 앞세워 정권 교체 노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이날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를 해산하고 다음 달 28일 총선을 치르겠다”며 “후보자들은 일정에 앞서 5주 동안 유세 일정을 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니 총리는 캐나다 국가원수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리인 메리 사이먼 총독을 만나 의회 해산을 요청했다. 사이먼 총독은 의회 해산을 선포하고 총선거를 명령했다.
캐나다 선거법상 애초 총선 날짜는 10월 20일이지만 반년 정도 일찍 치르기로 한 것이다. 카니 총리는 자진해서 사퇴한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의 후임으로 자유당 대표로 선출돼 이달 14일 취임했다. 그는 트럼프 정권의 캐나다에 대한 주권과 관세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권자들의 분명한 위임을 받아 맞서겠다는 생각이다.
이로써 캐나다 선거전이 공식적으로 시작됐으며 무역, 국가 주권, 경제 등의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관세 등을 둘러싸고 갈등 중인 트럼프 행정부에 어떻게 맞설지가 최대 관심사다.
미국은 3월 4일부터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적용 품목을 제외한 캐나다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25%의 추가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다음 달 2일에는 캐나다산 유제품과 목재를 포함한 추가 상품에 대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관련 뉴스
카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한 무역 조치와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인해 일생일대 가장 중요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 위기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진짜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미국이 소유할 수 있게 우리를 깨트리려고 하지만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니 총리는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능력에 대한 기대감과 트럼프에 대한 반발 등으로 자유당 지지율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3개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에 따르면 자유당 지지율은 이달 39%로 제1야당인 보수당의 37%를 웃돌았다. 물가 상승과 주택난을 초래한 트뤼도 전 총리 시절에는 한때 보수당 지지율이 자유당에 20%포인트(p)가량 앞섰지만, 카니 총리 취임 후 지지율이 역전됐다.
카니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캐나다와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에 대한 식견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2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실업보험 조기 지급, 법인세 납부 기한 연기 등을 담은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피에르 포일리에브 대표가 이끄는 보수당은 ‘캐나다 퍼스트’를 내세우면서 정권 교체를 노린다. 포일리에브 대표는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예고하는 한편 다년간의 의원 경력을 무기로 정치 경험이 없는 카니 총리의 자질을 따져 물을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