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의과대학은 누더기 폐허…회복 방법 몰라”

입력 2025-03-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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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연구원 포럼서 의대 교수들…“특수성 무시한 증원으로 교육 시스템 훼손”

▲2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개최된 의료정책연구원 포럼에 참석한 채희복 충북대의대 교수와 이영미 고려대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2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개최된 의료정책연구원 포럼에 참석한 채희복 충북대의대 교수와 이영미 고려대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30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만든 의과대학이 누더기가 됐습니다.”

이영미 고려대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의대교육 시스템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의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증원을 강행해, 수업의 질이 하락하고 교수와 학생 간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이다. 향후 의대교육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4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료정책포럼을 열고 의대 증원이 향후 의대 교육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제시했다.

의과대학은 목적, 구성, 기능 면에서 일반적인 대학들과 차이가 크다. 전공 선택의 폭이 넓고 진로가 자유로운 일반대학과 달리, 의과대학은 전공 선택권이 비교적 낮고, 실습 교육이 필수적이며 졸업 후 진로도 의료계 종사자로 수렴한다.

이 교수는 “의대를 졸업하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의사로서 사회에 기여하게 된다”라며 “이 때문에 의대는 사회의 요구와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이를 역량개발에 반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졸업생 모두가 도달해야 할 성과 목표와 최소 역량이 명확하며, 이를 위한 평가가 끊임없이 이뤄진다”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으로 의학교육이 과거로 역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과대학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대 1 또는 교수 1명과 학생 5~6명의 소집단 교육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대규모 강의 중심의 일방적인 교육이 늘어나게 됐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강의에서는 잦은 평가와 피드백,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의 소통이 제한된다.

채희복 충북대의대 교수는 “충북대병원은 800병상 규모로 임상의사는 250명, 전공의는 150명 정도가 근무한다”라며 “800병상이 있는 병원에서 400명의 학생이 환자를 배정받고 다양한 증례를 경험하기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충북대의대는 한 해 신입생이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약 4배 늘어 전국 의대 중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채 교수는 “각종 시설 증축과 임상술기센터, 시뮬레이션센터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습과 참관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며 “우리 병원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인원은 지역에 있는 2차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실습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신뢰를 재건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교육 시스템이 누더기가 되고 폐허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라며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의대생들은 학교에서 지식만 얻는 것이 아니라, 교수를 보며 롤모델을 삼고 의사로서의 가치관을 형성한다”라며 “현재는 학생들이 교수들을 원망하고 신뢰하지 않으며, 학교와 기성 의사들을 적대시하면서 반목하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의대 교육은 지난해부터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멈춰선 상태다. 대다수 학교가 이번 주를 등록 및 복학 신청 마감 기간으로 정하고 있으며, 이후 미등록자는 제적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는 앞서 20일 브리핑을 열고 “제적이 현실이 된다면 의협은 의대생 보호를 위해 가장 앞장서서 투쟁하겠다”라며 “시위·집회·파업·태업 등 여러 수단을 고려하겠다”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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