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전망대로는 부족했나…지자체, 이번엔 ‘케이블카’ 경쟁 [이슈크래커]

입력 2025-03-2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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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 그랜드밸리에 위치한 케이블카. (연합뉴스)
▲강원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 그랜드밸리에 위치한 케이블카. (연합뉴스)

최근 강원도를 중심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케이블카 설치 경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운영을 시작한 케이블카인 소금산 그랜드밸리 케이블카도 강원 원주시에서 새롭게 설치한 시설이죠.

현재까지 강원도에만 7곳에 케이블카가 설치됐는데, 내년에도 1곳이 완공될 예정이고 평창에서도 2029년까지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이처럼 지자체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를 살려보기 위해서죠. 케이블카에서 인생 샷을 찍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는 만큼 이 시류에 편승해 지역상권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우후죽순처럼 전국적으로 비슷한 관광시설이 설치되면 이를 찾는 관광객도 분산될 수밖에 없죠.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는 케이블카처럼 특색 없이 유행에 편승한 관광시설을 설치한 사례가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설치된 출렁다리와 전망대가 대표적이죠.

▲보현산댐 출렁다리 (사진제공=영천시청)
▲보현산댐 출렁다리 (사진제공=영천시청)

유행 따라 설치된 전국 230개 넘는 출렁다리, 효과는 3년 ‘반짝’

최근 수년간 지자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건설을 추진한 관광시설은 출렁다리입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즐기는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고, 국내에서 경치가 좋다는 곳이면 출렁다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출렁다리 건설비용은 건설 규모와 위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수십억 원부터 시작해 100억 원을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지자체 세금을 투입해 건설된 출렁다리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적으로 238개가 있다고 해요. 올해 기준으론 이보다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되죠.

출렁다리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샷 유행이 시작되며 관광객이 몰리자 지자체에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건설에 나선 것이 현재의 난립 원인이 됐는데요. 유행이 한창일 때는 길이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검색 사이트에 ‘출렁다리 최장거리’를 검색하면 블로그나 뉴스 기사를 통해 몇 개월, 빠르면 몇 주 단위로 전국 최장거리 출렁다리 순위가 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아예 출렁다리 길이 순위를 매겨놓은 게시글도 종종 확인할 수 있죠.

올해 2월 기준 가장 최장거리인 출렁다리는 충청남도 논산시에 있는 탑정호 출렁다리로 600m에 달합니다. 2위는 경상북도 영천시에 위치한 530m 길이의 보현산댐 출렁다리, 3위는 전라북도 임실군에 있는 420m 길이의 옥정호 출렁다리인데요. 2위와 3위의 준공 날짜는 1년 내외밖에 되지 않죠. 이렇게 많이 짓다 보니 준공 후 3년 정도의 ‘반짝인기’를 끌다가 관광객이 급감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표한 ‘전국 출렁다리 현황 및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예외는 있으나 대체로 출렁다리 준공 다음 해에 관광객 수가 최고치를 찍고, 준공 3년 차에는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합니다. 이후 계속 하락해 7년이 지나면 관광객 유치 효과를 완전히 상실하는데요. 건설비용, 유지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준공 후 3~4년 정도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죠.

2009년 당시 국내 최장거리 출렁다리였던 충남 청양군 천장호 출렁다리(207m)는 매년 70만 명가량이 방문했지만, 이제는 20만 명 정도로 크게 줄어든 상태입니다.

▲홍성스카이타워 (사진제공=홍성군)
▲홍성스카이타워 (사진제공=홍성군)

지자체, 출렁다리 말고 전망대 건설 이어 이제는 케이블카까지

출렁다리 말고도 지자체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망대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어요. 최근엔 충청도의 기세가 남다릅니다. 2023년 6월엔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 51m 높이의 영목항 전망대를 설치했는데, 지난해 6월에도 충남 홍성에 ‘홍성스카이타워’가 65m 높이로 새롭게 개장했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충남 예산군에서 올 하반기 70m 높이의 전망대를 개장할 예정인데, 사실 지난해 준공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다소 연기된 겁니다. 약 2년간 충남에서만 전망대가 3곳이 생긴 셈이죠. 이외에도 부산, 서울 등 여러 지자체에서 관광용 전망대 건설과 관련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어요.

케이블카 건설도 이 연장선이죠. 강원도를 중심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국 지자체에서 케이블카 설치 경쟁이 한창입니다.

현재 강원도에서만 7곳에서 케이블카가 운영 중에 있어요. 가장 최근 운행을 시작한 소금산 그랜드밸리 케이블카는 지자체 관광 유치 건설사업의 그랜드슬램입니다. 이곳엔 200m 길이의 출렁다리와 소금산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이미 마련돼 있죠.

이러한 유행을 타고 무등산, 신불산, 속리산, 팔공산, 소백산, 북한산 등 여러 산지에서도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이미 2000년대 초반 약 20곳이 위치했던 케이블카 수는 지난해 40곳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죠. 전국 산지에 케이블카가 운행될 날이 머지않아 보이는 이유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단기적 유행 아닌 지역 특색 고려한 관광 시설·상품 개발해야

망하는 지역 없이 모두가 관광객 유치로 잘 먹고 잘사는 행복한 결말이 된다면야 바랄 것이 없겠지만, 출렁다리의 사례처럼 전망대와 케이블카 역시 미래에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어요.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637만 명이었습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 94% 수준까지 회복됐죠. 하지만 외국인 방문객의 서울 방문율이 77% 이상으로 압도적이었고, 2위는 부산으로 약 16%를 차지했어요. 지방에 관광을 오는 외국인은 없다시피 한 거죠.

결국 지방 관광은 수도권 시민들의 방문 수요가 절대적이라는 것인데, 서로 비슷한 관광시설을 우후죽순으로 만들면, 관광객이 그만큼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년이 지나면 “어디나 비슷해 식상하다”는 지적과 함께 관광객 급감으로 이어지게 될 뿐이죠.

이처럼 단기 유행에만 매달리는 관광지 개발로는 몇 년 뒤에도 지자체 혈세를 이용한 또 다른 관광시설 공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관광시설이 난립하면 관광객 유인 효과가 감소해 장기적으로는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관광지의 특색에 맞는 관광상품 개발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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