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나온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선고가 기각과 각하, 인용 등 모두 네 갈래로 갈리면서 향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예단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 12·3 비상계엄 선포 과정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판단 역시 나오지 않아 이번 선고를 통해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가늠하긴 쉽지 않게 됐다.
이와 별개로 헌재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검사 3인(이창수·조상원·최재훈) 등에 이어 이날 한 총리까지 줄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이재명 책임론이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기각·각하 기대감도 확산하면서 탄핵정국의 무게 중심이 탄핵 반대 여론으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헌재의 판결 구도는 기각 5명, 인용 1명, 각하 2명이다. 하지만 기각 결정 중 4명(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한 총리가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한 것을 두고 위헌·위법이라고 인정한 것과 달리 다른 1명(김복형)의 재판관은 위헌·위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엇갈린 의견을 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국회가 한 대행을 탄핵했던 과정에서 대통령 기준 의결정족수(200석)가 아닌 국무총리 기준(151석)을 적용한 점을 문제로 보고 각하 의견을 냈다. 정계선 재판관은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점 등이 파면에 이를 만한 중대한 사유라고 보고 인용 의견을 밝혔다.
이에 윤 대통령 선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때와 같은 만장일치 판결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대행 탄핵선고에서조차 만장일치 도출에 실패해 의견을 모으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 탄핵심판 평의 역시 재판관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 선고"라며 "이번 선고를 볼 때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8대 0 판결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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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견해로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고는 한 총리처럼 기각으로 결론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권 내 기각 혹은 각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선고 기간 역시 4월 초로 밀릴 수 있다. 그 사이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항소심 판결에서 1심(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과 같은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을 경우 이 대표는 대권 행보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보수 결집이 함께 이뤄지면서 여론이 여당으로 기울 경우 민주당은 계엄 정국 이래 정국을 끌고온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야권 내부 긴장감은 상당히 고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9~21일(3월 3주차)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40.0%, 민주당은 43.6%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하면서 양당간 격차가 1주 만에 오차범위 내인 3.6%포인트(p)로 좁혀졌다. 또 한국갤럽의 18∼20일 차기 대선 결과 기대에 대한 조사에서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39%,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51%로 나타났다. 10%p 이상의 큰 격차지만 나머지 10%(유보 의견)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민주당 입장에선 예의주시 해야하는 상황이다.
한 총리의 기각으로 여야 공세와 국정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무차별적인 줄탄핵을 이유로 계엄의 불가피성을 주장해왔던 윤 대통령 측과 여당 의원들은 한 총리에 대한 기각 결정이 더해지면서 탄반 논리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에 앞으로 이재명의 책임론을 부각하며 야당을 향한 파상공세를 펼 가능성이 크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민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며 "9전9패 탄핵 테러 실패 성적표, 그동안의 국정 공백, 국가적 손실 책임, 모두 직권남용죄 처벌감이다. 트럼프 취임, 중국의 추격 등 대내외적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도, 정략적 탄핵을 남발하며 ‘국익 자해극’을 벌였다"라고 직격했다.
수세에 몰린 야당은 한 대행을 향한 마은혁 재판관 임명과 헌재에 대한 탄핵선고를 촉구하기 위해 압박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