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b 건너뛰고 1c D램 선제 적용
SK, 안정화된 1b D램 활용…최초 샘플

인공지능(AI)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6세대 HBM인 HBM4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전망이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HBM4 시장은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HBM에서 상대적으로 뒤지고 있는 삼성전자는 선제적인 차세대 기술 도입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한편, SK하이닉스는 안정화된 기술로 기존 초격차를 유지하겠단 전략이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반기부터 HBM4를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HBM4는 직전 세대 제품인 HBM3E(5세대)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와 대역폭이 크게 증가한 게 특징이다. 중앙처리장치(CPU)는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연산하는데 이때 데이터가 왔다 갔다 하는 입출력 통로(I/O) 개수가 많을수록 병목현상이 줄게 된다. HBM4의 I/O는 2048개로, HBM3E 대비 두 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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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칩과 칩 사이의 간격을 줄이고, 회로 설계 역시 개선되면서 전력 효율성도 크게 좋아진다. HBM4는 전작 대비 전력 효율이 30%가량 개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규모 차세대 AI 모델 학습·추론, 고성능컴퓨팅(HPC) 등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효율적이다.
글로벌 AI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가 최근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출시를 예고한 만큼 메모리 기업들 간 HBM4 시장 선점 경쟁도 본격적으로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서 내년 하반기 새로운 AI 칩 ‘루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루빈에는 HBM4가 8개 탑재된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 전략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HBM4에 차세대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최고 성능을 구현하는 제품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HBM4에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10나노급 D램 공정 기술은 ‘1x(1세대)→1y(2세대)→1z(3세대)→1a(4세대)→1b(5세대)→1c(6세대)’ 순으로 개발된다. 삼성전자는 HBM3E까지는 1a D램을 사용했다. HBM4에 1b를 건너뛰고, 1c를 적용하는 것은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SK하이닉스는 HBM4E(7세대)부터 1c D램을 적용할 계획이다.
칩과 칩을 연결하는 패키징 역시 삼성전자가 차세대 기술을 선제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HBM4 16단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 사이 연결 부위인 범프 없이 직접 접합시키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칩 전체 두께가 얇아져 고단 적층을 할 수 있다. HBM4E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하는 SK하이닉스보다 빠른 행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그간 체득한 안정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 선두 굳히기에 나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까지 적용해온 안정성이 보장된 1b D램을 HBM4까지 활용한다. 패키징 역시 앞선 세대를 통해 경쟁력이 입증된 어드밴스드 MR-MUF를 적용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HBM3E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다이를 만들었으나, HBM4부터는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초미세 공정으로 제품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와도 협력한다. TSMC는 관련 기술의 특허권을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게 제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 진입의 신호탄을 날렸다. 해당 칩은 처음으로 초당 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을 구현했다. 이는 풀 HD급 영화 40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 경쟁력과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HBM4 12단 샘플을 출하해 고객사들과 인증 절차를 시작한다”며 “양산 준비 또한 하반기 내로 마무리해,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