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방 우려…'재정의 적극적 역할' 강조
2028년 의무지출 433조…효율화 방안 강구
필수 외 재량지출 최소 10%↓…사전검토 강화

정부가 2026년도 예산은 경기 부양에 무게를 싣기로 했다. 계엄·탄핵 사태와 미국 신정부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도 지속하고 있어 민생안정과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의 마중물 역할 수행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매년 증가하는 의무지출 구조조정도 병행한다.
정부는 25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2026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확정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3월 말까지 각 중앙관서의 장에게 통보되며 각 부처가 내년도 예산안 요구 시 준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각 부처는 이를 기반으로 5월 말까지 예산요구안을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기본 방향으로 △민생안정·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의 마중물 역할 수행 △산업구조 AX·DX(인공지능·디지털 전환)·공급망 안정화로 산업경쟁력 강화 △경제·사회 체질 개선으로 인구위기·지역소멸위기 대응 △전략적 재원배분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생산성 제고 등 4대 분야를 제시했다.
이번 지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윤석열 정부 핵심 재정운용 기조인 '건전재정' 표현을 '재정의 지속가능성'으로 대체하고 경기 진작을 위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2022년 현 정부 출범 후 발표된 두 차례(2024·2025년도) 예산안 지침에는 '엄격한 재정총량 관리로 내년에도 일관되게 건전재정 기조 견지'(2024년도), '건전재정 기조 확립으로 미래세대 부담 최소화'(2025년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에 경기 하방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2026년도 예산안에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내수 부양에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전략을 담기로 했다.
관련 뉴스
먼저 민생경제 회복을 뒷받침한다. 건설 부진·수출 둔화로 애로를 겪는 취약계층 고용안정 지원, 업종별 상황에 따른 일자리 수요·공급 완화를 추진한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기술경쟁이 본격화하는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지원을 확대하고 조선·방산·철강 등 전략·주력산업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출산율 반등을 확고히 하도록 일가정양립·양육·주거 등 핵심 분야 투자를 강화하고 초고령사회 대비 고용·소득·돌봄을 지원한다. 지역거점중심 산업·정주여건·교육 투자 등 지역균형발전에도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고강도 재정운용 혁신을 추진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라 중장기 세입 증가속도가 둔화하고 대외여건 등으로 단기 세입 변동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고령화 등으로 향후 재정여력 대부분을 의무지출 충당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 의무지출은 연금·의료 등 복지지출과 국채이자 부담 등으로 2024년 347조 원에서 2028년 433조 원으로 불어난다. 전체 지출에서의 의무지출 비중도 같은 기간 52.9%에서 57.3%로 늘어난다.
2065년이 되면 고령인구 비중은 46%를 넘어서고, 정부가 의무 지출해야 하는 사회보장재정은 2100조 원(2024년 393조 원)에 육박하게 된다.
정부는 우선 의무지출의 경우 인구구조 등 여건 변화, 효과성, 전달체계 중복성 등을 감안해 지출소요를 점검하고 구조개편 노력을 병행하기로 했다. 의무지출 예산 요구 시 중장기 소요를 추계하고 필요한 경우 효율화 방안을 적극 강구할 계획이다. 필수 지출을 제외한 모든 재량지출은 10% 이상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신규 예산 요구 시 조세지출과의 유사·중복 여부에 대한 사전 검토도 강화한다.
재정지출 효과성도 제고한다. 정책수요자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과 구조적 문제 해결 중심으로 재정을 지원한다. 예산 요구 시부터 범부처 협업·융합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예산 편성·집행, 국고보조금 관리 등 재정운용 과정에서 AI·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연례적인 성과 부진 사업은 성과 제고 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예산 환류도 강화한다. 보조사업은 기준보조율, 유사사업과 형평성 등을 고려해 적정 보조율을 설정하는 한편 출자·출연은 사업성과 점검 후 유보금 등을 고려해 예산을 요구하기로 했다.
투자재원도 다각화한다. 민간자금과 금융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지자체·공공기관·개발이익 등 다양한 재원도 병행 투자한다.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등 조세지출관리 실효성을 강화하고 탈루소득·체납세액 철저 과세 등 세입 기반을 최대한 확충하기로 했다. 국가재정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여유재원이 있는 기금·회계는 타기금·회계 전출·예탁을 추진한다. 중앙·지방정부 역할과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효율적인 재원분담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국유재산특례 존지평가를 통해 효과·타당성 낮은 특례는 정비할 계획이다.
한편 2026년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도 의무지출 중장기 소요 점검 및 구조개편, 재량지출 감축 등 기금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고강도 지출관리 구상이 담겼다. 내년도 기금은 예산안 4대 중점 투자 분야를 중심으로 적극 운용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각 부처가 5월 말까지 제출한 예산요구안을 토대로 6~8월 중 관계부처 및 지자체 협의, 국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정부예산안 편성을 마치고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