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년 베네수엘라산 원유 절반 수입
“세컨더리 관세라는 새 무역 무기 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을 틀어막으려 한다. 베네수엘라 원유의 절반을 가져가는 중국까지 함께 견제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CNN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모든 교역 과정에 25%의 관세를 내야 한다”고 적었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 국가다. 트럼프는 지난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3선으로 귀결된 대통령선거 불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시사했다. 베네수엘라 역시 WTO 회원국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트럼프가 발표한 새로운 공격 행위를 확고하고 단호하게 규탄한다”며 “완전히 자의적이고 불법적이며 절박한 조처로 우리를 굴복시키거나 우리의 결의를 흔들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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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번 조처는 마두로 대통령은 물론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원자재시장 분석기관 ‘케이플러’ 데이터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작년 하루 66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베네수엘라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중국으로 작년 구매량은 하루 27만 배럴 수준이었다.
결국 이번 조처는 원유 수출을 사실상 통제하며 베네수엘라를 압박하는 한편, 중국의 원유 수급 루트까지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인 셈이다. 아울러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세컨더리 제재’를 결합한 ‘세컨더리 관세’라는 새로운 무역 무기를 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세컨더리 제재는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삼자 정부와 기업, 인사에도 제재를 가하는 것을 뜻한다.
다만 베네수엘라 원유는 미국으로서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은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서 56억 달러(약 8조2300억 원) 상당의 원유와 가스를 수입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에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값싸게 들여오겠다는 미국의 속내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베네수엘라 원유 판로를 사실상 막으려 하자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0.83달러(1.22%) 오른 배럴당 69.1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CNN은 “중국이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계속 구매한다면 25% 관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라며 “이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중국 상품에 45% 관세를 부과하고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70%가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