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기업은행, 퇴직자‧임직원 짜고 882억 부당대출…김성태 "쇄신책 마련"

입력 2025-03-2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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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부당대출, 입사동기·배우자·사모임 얽혀
보고 지연에 자료 삭제까지…“조직적 은폐 정황”
김성태 기업은행장 “강도 높은 쇄신책 발표할 것”
빗썸·단위농협도…금융권 전반 ‘이해상충’ 경고등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25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를 발표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25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를 발표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

IBK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 부부 등이 공모한 882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ㆍ축소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단위 농협에서는 1000억 원이 넘는 부당대출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검사에서 이해관계자와 부당거래하고 내부통제에 실패한 다수의 금융사를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현직 임직원과 가족, 입행 동기 등 인적 연계로 장기간에 걸쳐 반복된 조직적 부당거래 정황이 확인됐다. 은행, 여신전문금융사, 가상자산사업자, 농협조합, 저축은행 등 금융업 전반에 걸쳐 부당대출, 사택 제공, 금품 수수, 점포 입점 청탁 등 다양한 형태로 위법 사례가 발생했다.

총 58건의 금융사고가 드러난 기업은행에서는 14년간 근무했던 퇴직자 A 씨가 현직인 배우자, 입행 동기, 사모임 등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임직원 28명과 공모하는 방법으로 7년 동안 785억 원(51건)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했다. 대출 관련 증빙, 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했음에도 심사역인 은행 임직원은 이를 묵인하고 공모해 부당대출을 내줬다.

A 씨의 배우자인 심사센터 심사역은 A씨가 허위 증빙 등을 이용해 쪼개기 대출을 통해 자기자금 없이 대출금만으로 토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64억 원의 부당대출을 취급·승인했다.

A 씨의 배우자는 2020년 9월 사업성 검토서상 자금 조달계획을 허위로 작성해 지식산업센터 공사비 조달 목적의 여신 59억 원을 승인했고, 지점장과 다른 심사역도 이를 묵인한 채 대출을 취급·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들의 사모임 5개에 참여하고, 다수 임직원에게 골프 접대를 제공하는가 하면 일부 임직원 배우자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기업은행 부당대출 관련자 8명은 배우자가 A 씨 실소유 업체에 취업하는 방식 등으로 15억7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 부당대출 관련 임직원 10명을 포함해 23명이 국내와 필리핀 등 해외에서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기업은행의 내부 감사부서는 관련 사고를 인지하고도 보고를 지연·축소했으며,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허위·축소·지연 보고하고 검사 기간에 자체조사 자료를 고의로 삭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8월 A 씨와 입행동기의 비위 행위 제보를 받고 9∼10월 자체조사를 통해 여러 지점과 임직원이 연루된 부당대출, 금품수수 등 금융 사고를 인지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부당대출 당사자뿐 아니라 은행 차원에서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기록 삭제 등 검사 방해 시도에 대해 당국은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실체 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 기회로 삼겠다며 “내부통제, 조직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전·현직 임원 4명이 고가 사택을 스스로 승인해 임차보증금 총 116억 원을 받은 사례가 적발됐다. 한 단위농협에서는 등기업무 담당 법무사 사무장이 매매계약서 변조 등의 수법을 동원해 1083억 원(392건) 규모의 부당대출을 중개한 사실이 드러났다.

모 저축은행은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자 PF 등기업무 담당 법무사 · 사무장에게 차주사를 위한 자금조달 알선을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적으로 대출요건을 충족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조달금액을 차주사의 자기자본에 포함해 심사함으로써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부당 취급(26억5000만 원)하고 그 대가로 금품(2억1400만 원)을 수수했다.

한 여전사에서는 투자부서 실장이 온투법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친인척 명의로 법인을 세우고 121억 원(25건)의 부당대출을 실행, 연계 대출을 100% 투자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융업은 고객 자금으로 운영하는 비즈니스로 ‘선관주의’가 매우 강하게 요구된다”며 “그런데도 금융사들이 이해 상충, 내부 부당거래 등 방지의무를 선언적으로 규정해 조직 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위법·부당행위를 엄정 제재하고 범죄혐의는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이해상충 방지 등을 위한 내부통제 실태점검과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수석부원장은 “이번 사례는 1월 책무구조도 시행 전에 발생한 것이라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은행의 이해상충 거래 관련이기에 은행에 개선대책 등을 요구하고 책무구조도에도 경영진 의무 등에 이해상충 관리가 반영되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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