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 등
다음 달 상호관세 앞두고 관세 돌파구
트럼프 “현대차는 관세 낼 필요 없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기업인 중 처음으로 총액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두 번째 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정 회장은 국내 기업인 최초로 백악관 단상에 직접 올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건립하는 등 그룹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구상을 밝혔다.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위기 극복’을 강조한 정 회장은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부과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24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루즈벨트룸 단상에 올라 “향후 4년간 210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추가로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우리가 미국에 진출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투자”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옆에는 트럼프 대통령, 마틴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 스티브 스컬리스 미국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이 자리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1986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현재 50개 주 전역에서 57만 개 이상의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했다”면서 “미국 산업의 미래에 더 강력한 파트너가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정 회장은 “이번 투자 약속의 핵심적인 부분은 철강과 부품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6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이라며 “특히 루이지애나에 새로운 제철소를 설립해 미국 내 13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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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은 구체적으로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화답했다.

현대차 그룹의 이번 투자는 국내 기업 중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졌다. 국내 기업 총수 가운데 두 번째 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도 정 회장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큰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 골프 회동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성사시켰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대기업 총수 최초로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만난 사례가 있다.
정 회장의 투자 계획 발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부과’라는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성과로 볼 수 있다. 그간 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중심으로 관세 부과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지만, 뾰족한 대안은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이끌어야 하는 만큼 그룹의 사례를 토대로 관세 예외 등의 조치를 할 가능성도 크다.
이번 투자는 그룹을 글로벌 자동차그룹 3위로 만들기까지 결정적인 순간마다 투자를 이어왔던 정 회장의 리더십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올해 초 정 회장은 그룹 신년사를 통해 ‘위기 극복’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당시 임직원들에게 “현대차그룹은 어떤 시험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DNA를 가지고 있다”며 “단순히 위기 요인 제거가 아닌 배경과 맥락, 역사적 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 미래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26일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 일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해당 준공식에서는 그동안 그룹의 대미 투자 성과와 향후 투자 계획이 다시 한 번 강조될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그룹의 투자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