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에 떨어져 매몰됐던 실종자가 하루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가운데 '땅 꺼짐' 원인으로 지하철 9호선 터널공사 영향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터널 공사 도중 물과 흙이 쓸려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이 있었을 텐데 보강을 제대로 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강동소방서는 25일 오후 1시 현장 브리핑에서 “싱크홀 중심선을 기점으로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30대 남성이 오전 11시 22분께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며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와의 연관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오후 6시 29분쯤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왕복 6차선 도로에서 4개 차로 크기(지름 20m, 깊이 18m)의 싱크홀(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오토바이가 추락하고 운전자가 매몰됐다.
서울시는 땅꺼짐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노후 상수도관 파열, 지반 특성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한다는 입장이지만, 지하철 9호선 연장 터널 공사와의 연관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땅꺼짐이 발생한 현장 지면으로부터 11m 깊이에서는 지하철 9호선 연장을 위한 직경 7m의 터널하부 굴진(굴 모양으로 땅을 파는 것)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터널공사를 하다보면 나쁜 지질을 만나게 될 수 있는데 흙과 물이 쏠려 들어올 때 보강 공사, 차수 공법 등을 잘 활용해서 막았어야 했다”면서 “적절하게 대응을 못해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전 징후는 또 있었다. 사고 발생 지점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주유소 관계자는 약 보름 전인 6일 지면 균열을 확인하고 서울시 관련 부서에 민원을 접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틀 뒤인 8일 주유소에 계측기를 설치하고 모니터링을 했으나 이상 조짐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균열이 난 다음 계측기 설치는 의미가 없다”며 “터널 안쪽에도 계측기를 설치하는데 터널 공사 관계자들은 분명 문제를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유소 균열이 왜 생겼겠느냐”며 “지하철 터널공사 때문일 수 있는데 원인을 단순하게 봤다”며 “균열이나 지반 침하는 토목공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주변 터널공사 등을 점검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구조적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한국 토목 기술이 세계적인데 이런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사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서두르거나 보강 공사에 충분한 재정이 투입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자문단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구성될 예정”이라며 “늦어도 내일 중으로 구성을 완료해 정확한 원인 분석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