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기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되고있다. 친구나 주변인의 권유로 죄의식 없이 뛰어드는 경우도 많다. 보험 업계의 돌아가는 사정을 꿰고 있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1조1502억 원에 이른다. 적발 인원도 11만 명(10만8997명)에 육박한다.
이는 금감원 조사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로 인한 연간 피해 추산액은 8조2000억 원에 달한다. 2018년(5조8000억 원) 대비 41.0% 증가했다. 수면 아래 밝혀지지 않은 금액만 7조 원이 넘는 것이다.
특히 마땅한 수입이 없는 이들이 보험사기에 손을 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 인원 중 고정적인 급여가 없는 △무직·일용직(1만2025명) △전업주부(1만6명) △학생(4659명)이 총 2만6690명에 달했다. 해당 군을 모두 합치면 1위인 회사원(2만6509명)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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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보험사기 유혹에 넘어가는 이유는 적은 보험료만 내고도 많은 금액의 보험금이나 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허위로 진단을 받아 보험금을 타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20ㆍ30세대가 인터넷이나 지인을 통해 자동차 보험사기를 조직적으로 공모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400명의 사기단은 텔레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모자를 모집하고 가해자·피해자 역할을 나눠 사고를 조작했다. 인터넷 카페에는 '공격수 구합니다' 같은 글을 올려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공모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심지어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일부러 겨냥해 사고를 낸 후 과실 비율을 높게 적용해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보험이나 의료기술에 지식이 있는 보험 설계사나 병원 종사자가 사기에 개입하는 것이다. 이들은 보험에 가입할 때부터 보험금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상품구조를 설계하고, 허위 진단이나 과잉 치료를 통해 보험금을 타내는 방식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지난해 보험사기를 벌인 보험 모집 종사자는 2017명으로, 직업별 적발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사고를 자연스럽게 유발할 수 있는 운수업 종사자는 4697명으로 5위였다. 보험사기를 악용할 수 있는 직군에서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키우는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당국도 적극 대응 중이다. 지난해에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 7년 만에 개정됐다. 개정안에는 △보험사기 알선·권유 처벌 근거 마련 △금융당국에 자료요청 권한 부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제재 △보험업 관련 종사자 가중처벌 △유죄 확정 시 보험금반환·계약해지 △자동차 보험사기 피해 사실 고지 의무화 △보험사기 목적 강력범죄 가중처벌 △보험사기 유죄 확정 업계종사자 명단공표(기관명은 제외)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특별가중인자에 '보험사기 범행에서 의료, 보험의 전문직 종사자가 직무수행의 기회를 이용해 범행한 경우'를 추가하면서 이에 대한 보험사기는 가중 처벌 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단순한 용돈 벌이가 아니라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라며 "적발될 경우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